이별의 저편은 노래 제목이고 부른 가수는 ‘야마구치 모모에'다. 야마구치 모모에의 이별의 저편에 풍덩 빠지게 된 건 장국영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일이다. 이제 곧 장국영의 기일이라 장국영을 좋아했던 나는 3월이 되면 그의 영화를 계속 돌려보며 인스타그램에 장국영에 대해서 글을 올린다. 매년 그러고 있다. 장국영의 영화도 물론 좋지만 장국영의 노래가 참 좋다.



여하튼 장국영의 수많은 영화 중에 ‘금옥만당’이라는 영화가 있다. 요리를 해서 식당을 되찾는 내용의 영화로 코믹영화다. 금옥만당이 나오기 일 년 전에 장국영은 원영의와 ‘금지옥엽’으로 대히트를 쳤다. 금지옥엽 초반에 장국영이 피아노를 치며 비틀스의 ‘트위스트 앤 샤우트’를 부르는데 참 좋다. 그리고 ‘추’라는 노래가 금지옥엽을 관통하는 노래로 장국영과 원영의 이 두 사람을 로맨틱 코미디계의 으뜸으로 올려놓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다음 해에 나온 ‘금옥만당’에도 장국영과 원영의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https://youtu.be/BFOYkacK1kE  <= 금옥만당 예고편


14차원의 원영의, 그보다 더 한 차원의 장국영이 요리를 통해서 식당을 되찾으려 한다. 상대방은 악독한 요리사인 황비홍의 귀각칠. 장국영은 원래 사채업자였지만 요리를 배우고 싶어서 원영의 아버지가 있는 식당에 들어가면서 우당탕탕 이야기가 진행된다. 암튼 영화는 내내 코믹 장착으로 웃겨준다. 종진도가 장국영의 스승 같은 사람으로 나오는데 요리의 신기원을 보여준다. 조문탁이 아주 착하게 나오는데 사실 조문탁은 태권도도 중국 무술이라고 하는 개똥 같은 인간이다. 이런 새뀌가 장국영과 한 영화에 나왔으니 너는 이놈아 평생 영광으로 알아라. 쓸데없는 TMI였다. 영화는 온통 밝고 해맑다. 답답하고 불안할 때 보면 보는 동안 내내 기분이 좋다.


여기서 장국영은 야마구치 모모에를 좋아해서 지갑에 그녀의 사진을 늘 넣어서 다닌다. 원영의가 장국영 지갑에서 야마구치 모모에의 사진을 빼고 자신의 사진을 몰래 넣어 놨을 때 장국영은 화를 내며 원영의 사진을 마구마구 찢어 버린다. 마지막 부분에 원영의가 4차원의 화장과 헤어 스타일에서 벗어났을 때 장국영에게 “어때? 나 야마구치 모모에 같지 않아?”라는 대사를 한다.


야마구치 모모에는 70년대 일본을 들썩이게 한 가수다. 후지 케이코(우타다 히카루 엄마. 엔카의 여왕으로 아주 잘 나갔지만 우타다 히카루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무렵 느닷없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추자의 대전발 0시 50분도 후지 게이코의 곡으로 알고 있다) 같은 엔카가 성행할 때에 야마구치 모모에는 허스키하고 낮은 음성으로, 일본적이지 않는 일본적인 노래를 불러 열도를 들썩이게 한다. 그녀는 14살에 데뷔를 해서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스무 살 정도가 되었을 때 은퇴를 한다. 마지막 은퇴 방송에서 ‘이별의 저편’을 부른다. 이 방송에서 야마구치 모모에는 눈물을 보이며 노래를 부르고 다른 가수들 역시 그녀의 은퇴에 많은 눈물을 보인다. 요즘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다.


야마구치 모모에는 화장 때문인지 몰라도 눈과 눈 사이가 멀어 보이는데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긴 목과 시원시원한 팔다리의 움직임이 환상적이다. 특히 ‘이별의 저편’을 부를 때 영어 가사에 돌입하기 전에 한 팔을 들어 옆으로 뻗을 때의 몸짓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동작이다. 그녀가 마지막 공연에서(방송 말고) 이별의 저편을 부르면서 마이크를 무대에 내려놓는데, 이 퍼포먼스를 장국영 역시 마지막 공연인가 거기서 마이크를 내리면서 야마구치 모모에를 오마주 했다.


장국영은 주윤발과 종초홍과 같이 나온 환상의 미술품 털이범의 영화 ‘종횡사해’에서 야마구치 모모에의 이별의 저편을 리메이크해서 ost에 넣었다. 그 노래가 바로 ‘풍계속취’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장국영의 앨범을 구입해서 들었고 장국영의 앨범에 풍계속취가 있다. 이렇게 좋은 노래가, 하며 들었다. 요즘은 유튜브 덕분에 야마구치 모모에의 ‘이별의 저편’도 장국영의 ‘풍계속취’도 영상으로 다 볼 수 있다. 그래서 매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떠난 장국영의 그날이 돌아오면 이별의 저편과 풍계속취를 들을 수 있다.


이별의 저편은 무엇보다 가사가 너무 좋다.

잠들 수 없을 정도로 갈피를 못 잡는 매일 뜨거운 말로 기운을 준 것은 당신이었다.

때로는 혼자서 좌절할 것 같은 마음에 꿈을 준 것도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의 친절함, 당신의 다정함, 당신의 미소, 당신의 사랑, 당신의 모든 것.

뒷모습은 보이지 않고 갈 테니 제발 안녕이라는 말 대신에.

가사에 삽입된 영어 가사가 이렇게 좋다니.


야마구치 모모에의 남편도 배우고 아들들도 배우다. 작은 아들은 일본 ‘리틀 포레스트’에 이치코의 친구 유우타로 나왔고 작년에는 영화 버전 말고 드라마 버전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에도 나왔다. 지 엄마를 많이 닮았음.


장국영과 야마구치 모모에의 풍계속취와 이별의 저편 https://youtu.be/Kc-aTzbvMms  <= 레슬리와 모모에의 같은 노래 다른 버전


마지막 방송에서 야마구치 모모에(山口百恵) - 이별의 저편(さよならの向う側) https://youtu.be/nkj7k_7vhkk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방송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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