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이 '신문기자'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었을 때 전혀 예상을 하고 있지 못하다가 상을 받아서인지 수상소감이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다. 일본의 대중은 한국인 심은경이 여우 주연상을 받는 것에 부담감이 없었다. 심은경의 수상소감에 대해서 다루는 방송의 진행자들도 근 몇 년 동안 가장 감동적인 수상소감이었다고 말했다.


심은경은 후에 카호와 함께 열연한 '블루 아워'로 또 한 번 일본의 대중을 놀라게 했다. 심은경이 일본에서 일본어로 영화에 임하는 것에 이제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그러니까 한일의 대중은 그것에 대해 옳지 못한 일이라거나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심은경을 한 사람의 배우로, 영화 속 캐릭터로 받아들이고 있다.


심은경은 일본에서 일본 영화에 출연해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 주연상을 타기까지 굉장한 노력을 했다. 우리는 심은경의 이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심은경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전혀 정보가 없는 일본인들에게 각인이 될 정도로 연기를 했다. 심은경은 한국에서의 무난한 성공을 뒤로하고 어째서 일본으로 가서 처음부터 다시 도전을 했을까. 무엇이 그토록 그녀를 성장하게 만들었을까. 어떻든 심은경은 성장하여 일본에서 영화배우로 인정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중에 '로켓 펀치'가 있다. 블랙핑크를 블핑이들이라고 부르듯 로켓펀치도 로펀이들로 불린다. 로켓 펀치는 울림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회사는 주로 아이돌 위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다. 로켓펀치는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아이돌인데 인기가 좋다. 인기가 좋은 이유 중 가장 먼저 노래가 좋다. 짧은 기간에도 인기가 좋다는 말은 준비가 철저했다는 말이다.


로켓펀치에는 유일한 일본인 멤버 타카하시 쥬리가 있다. 타카하시 쥬리는 일본의 걸그룹 AKB48 출신이다. 그곳에서 무려 2011년부터 7년이나 활동을 했다. 게다가 그 안에서도 순위가 상위급이었다. 잘 나가던 일본의 아이돌 걸그룹 타카하시 쥬리는 쌓아 놓은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혹독한 케이팝 시장에 뛰어들었다. 언어나 노래 같은 문제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케이팝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당당하게 로켓펀치의 멤버로 한국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


타카하시 쥬리는 AKB48 출신으로 상위권 아이돌은 졸업 후 모든 것을 거머쥘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어째서 다 던져버리고 바늘구멍 같은 케이팝 시장으로 오게 되었을까. 무엇이 그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했을까.


타카하시 쥬리는 사실 노래를 잘 부른다. 그런데 일본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그것 살려주지 못했다. 일본 아이돌은 친근감을 내세워 아저씨들과의 악수회 같은 직접 대면 서비스가 많다. 그 덕분에 회사는 자본을 많이 벌어들인다. 어떤 악수회에서 아저씨 팬이 올라와서 타카하시 쥬리 옆의 멤버에게 칼을 휘두른 사건이 있었다. 그만큼 일본 아이돌의 서비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연령대가 아주 어리다. 19살을 벗어나면 걸그룹을 졸업해야 하며 연예인이나 배우나 가고 싶은 길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


한창 노래를 불러야 할 나이 스무 살에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타카하시 쥬리는 케이 팝 시장에 도전을 한다. 한국의 아이돌은 십 대들의 동경이 된다. 아이돌의 몸짓 손짓 눈빛 하나까지 따라 하고 싶어 하고 팬이라는 개념이 일본과는 다르다. 일단 일본 아이돌은 현장마다 메이크업을 해주는 아티스트가 다르다. 그러니 각각의 얼굴을 살리는 화장을 하기 어려워서 대체로 비슷하게 보인다. 반면에 한국은 아티스트가 붙어서 어디든 따라다니며 아이돌의 얼굴이 잘 나오게 하기 위해 애쓴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그 세계에서는 몹시 중요한 요소다.


타카하시 쥬리는 2018년 Mnet 프로듀스 48에 도전하여 케이팝 아이돌의 세계에 다시 진입을 시도한다. 노래와 춤, 정신력 모든 것을 바꾸어서 다시 도전을 해야 했다. 실력이 있었지만 기존의 자신을 버리고 전부 재장전을 해야 했다. 혹독하고 혹독한 연습을 하여 무대에 올랐지만 최종 탈락하고 만다. 눈물을 보이며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이듬해 3월 AKB48에서 나와서 울림엔터테인먼트가 내민 손을 잡고 계약을 한다. 같은 해 로켓펀치로 데뷔한다.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멤버 중에는 가장 나이가 많았고 한국말이 전혀 되지 않아 울며 보낸 밤이 많았다. 일본인은 혼자이며 한국어 발음은 정말 어려웠다. 눈뜨자마자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야 했다. 노력 끝에 어눌하지만 한국어가 조금씩 늘고 노래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을 조금 얻었을 때 복면가왕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복면가왕에 나가면 망신을 당한다는 생각 이전에 어떤 말을 듣던지 도전을 해보자,라고 생각한 타카하시 쥬리는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못해낼 거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떨쳐버리고 제대로 로켓펀치의 멤버로 한국 케이팝 가수가 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대중은 누구랄 것 없이 타카하시 쥬리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심은경과 타카하시 쥬리는 분명 걷는 것도, 먹는 것도, 보고 말하는 것도 다르지만 대중문화를 통해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다. 하루키의 ‘고양이를 버리다’ 소식이 기사에 떴을 때 일본 작가의 소식은 올리지 말라고 한 댓글을 보았다. 하루키는 그간의 소설 속에서 국가가 사과를 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일본 침략이나 난징학살에 관한 부분을 계속 언급하고 있다. 국가가 잘못을 했을 때 상대 국가가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우파 신문사에서 인터뷰까지 했다. 숲만 보고 나무는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숲은 멀리서 보면 늘 아름답지만 나무들은 썩기도 하고 가지가 꺾이기도 하고 뿌리가 망가진 것도 있다.


노래와 영화는 일반인이 가장 밀접하게 접하는 문화의 최일선에 있다. 뮤지컬과 오페라는 노래와 영화, 모두를 다 가지고 사람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한다. 뮤지컬과 오페라의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뮤지컬 배우라고 부르고 오페라 가수라 부른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 무엇이 앞에 있고 무엇이 뒤에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이 밀접하고 농후한 문화를 심은경과 타카하시 쥬리가 하고 있다. 아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은경과 타카하시 쥬리는 어쩌면 한국과 일본의 미래 문화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문화, 예술은 그런 것이다. 이번에 조용하게 개막한 부국제에서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일본의 731부대에 대해서 다룬 영화를 만들었다)의 영상 메시지를 보면 알겠지만 예술이라는 문화의 경계, 선은 정치를 넘어서고 국가를 넘어서고 이념을 넘어선다. 더불어 심은경과 타카하시 쥬리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https://youtu.be/lJDkLtZWelU

심은경의 수상 소감



https://youtu.be/cViRH19eV14

복면가왕의 타카하시 쥬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