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싸만코를 좋아하는 인간이라 냉장고에 열 개 정도 사 넣어놓고 하나씩 꺼내 먹는다. 어두육미라지만 붕어싸만코는 꼬리부터 먹게 된다. 이유는 없다. 어쩐지 옛날보다 크기가 작아진 것 같다.


붕어싸만코는 이름이 참 독특하다. 멋진 것 같지는 않은데 멋지다. 넌 날씬하진 않은데 날씬해!라는 말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말이지만 이상하지 않게 들린다.


도대체 싸만코는 왜 이름이 싸만코일까.



그래서 찾아봤더니 ‘싸고 많고’라는 의미로 싸만코라 불리게 되었다. 말줄임은 이전부터 우리 주위에 그림자처럼 늘 들러붙어 있었다.


1981년부터 붕어싸만코로 바뀐 이름으로 지금까지 팔리고 있다. 위키백과사전에 용량을 늘렸다 하나 가격을 올리기 위한 술책이라고 써놨다. 웃음.


이 ‘붕어싸만코’라는 이름에는 기이함이 있다.


가공식품 관련 법규정에는 제품 이름에 특정한 식재료 이름을 넣으려면 그 원재료 성분의 3% 이상 들어가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 원재료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원재료가 들어간 것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깡 중에 새우깡에는 성분표기에 새우가 7.8% 함유되어 있다고 나와있다. 군고마깡이나 감자깡도 전부 그렇다. 그리하여 빙그레의 메로나는 멜론이 들어가지 않아서 '멜론바'가 아니라 ‘메로나’라는 이름인 것이다. 군옥수수, 수박바, 호두마루 등 이런 아이스크림은 원재료가 함유되어 있다.


그렇다면 ‘붕어싸만코’는?


맙소사.


웃음이 나오는데 웃을 수만은 없다. 정말 붕어를 3% 갈아 넣어놨단 말이야? 

원재료에 대한 법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빙그레는 ‘붕어’라는 단어를 포기할 수 없어서 싸만코 앞에다가 붙였다.


우리는 다 안다. 사만코 안에 붕어가 단 0.01111111%도 함유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실제로 규정을 따라서 미세한 양이라도 붕어를 넣었다면 '해변의 아이'라며 욕을 할지도 모른다.


모순에 모순이 가득한데 소설처럼 허구를 뒤집어서 현실을 직시해서 일까? 정부와 빙그레는 어떤 모종의 거래를 통해 슈퍼나 편의점에 ‘붕어싸만코’가 룰루랄라 팔리게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단 맛있으니까.


빙그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기관과의 어떤 줄다리기로 이 이름을 가능케 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쯤 되면 또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름들이 있다.


돼지바는?

과자 이름 하면 늘 따라오는 엄마손 파이는요!

고래밥에는 플랑크톤이 들어있다는 말인가?



붕어싸만코의 인기는 좋다고 한다. 요즘은 SNS 덕분에 인기가 늘 상향평준화를 지속하고 있다. 붕어싸만코의 인기에 힘없이 참붕어싸만코를 만들어서 판매를 했는데 역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2015년 이후에는 단종을 하고 동남아시아 쪽에만 판매를 하고 있다고 한다.


붕어싸만코는 냉면처럼 겨울에 먹는 게 더 맛있어서 겨울에 매출이 껑충 오른다고 하니 붕어싸만코 하나에도 재미있는 스토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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