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하면 떠오르는 기억 두 개가 있다. 초등학교 때에도 스파이더맨 장난감이 여러 개 있었다. 지금처럼 디테일한 피규어는 아니지만 몇 개가 있었다. 5학년 때의 일인데, 담임시간은 아닌 걸로 기억하는데 무슨 시간인지 모르겠지만 존경하는 인물을 적어내는 시간이었다. 에디슨, 세종대왕, 이순신, 링컨 같은 사람들 가운데 스파이더맨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스파이더맨은 내가 적어냈다. 선생님이 나오라고 하더니 교탁 옆에 손들고 서 있으라는 거였다. 허구의 인물을 존경하는 사람으로 적어내는 못난 놈이 어디 있냐고, 선생님은 화가 났다.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

 

 

왜 다른 아이들처럼 실존인물을 존경하지 못하냐는 거였다. 화가 난 선생님은 나를 벌세웠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은 알지만 사실 초딩 때 한글을 발명한 것이 크게 와 닿지 않았고 임진왜란의 옥포해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장면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어떤 점에서 존경과 연결을 시켜야 하는지 잘 몰랐다

 

 

하물며 전기를 발명한 에디슨은 어릴 때 계란을 부화시키기 위해 안고 있었다는데 바보 같은 놈이군, 하고 생각했기에 링컨은 아예 당치도 않았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만화로 자주 봤기에 좋아했다. 오죽하면 지금까지 스파이더맨 피규어를 가지고 있다

 

 

스파이더맨은 슈퍼맨이나 다른 쫄쫄이맨들처럼 외계인을 물리치거나 초능력의 빌런들을 때려부쉬는 게 아니라 할머니 도와주고 도둑놈 잡아주고 거미줄 쏴서 건물 사이 날아다니며 좋은 일 하는 게 좋아보였다. 스파이더맨이 늘 하는 말, 다정한 이웃처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나의 아이큐가 92니까 그렇다고 했다. 아이큐가 낮으니까 머리가 나쁘고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그때 내 아이큐가 92라는 것을 알았고 나는 머리가 나쁘다는 것도 알았다. 그나저나 선생님은 잘 지내고 계실까

 

 

또 한 번은 군대에서였는데 너무 기니까 간략하게 말하면 스파이더맨 덕분에 고참에게 맞았다.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렇대도 스파이더맨이 좋아서 스파이더맨 영화가 계속 나오기를 바란다. 건물 사이를 허리를 접고 거미줄을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은 화면이지만 속이 시원하다. 같은 화면에서 데드풀과 함께 나오는 그날을 기다리며 .

 

 

 

 

 

스토리샷에 올리는 스파이이더맨

 

 

 

 

 

여긴 샘 레이미 버전 스파이더맨

 

 

 

 

 

 

여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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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1-0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게 어찌 화낼 일인가요?

제가 DOG MAN이라는 영어만화책에 빠졌는데
그 책에서도 작가 어린시절 상상력 풍부해서 만화 그리면 엄청 쪼아대고 괴롭히던 선생님에 대해 작가가 커서도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에피소드화 해서 소개하더라고요

교관 2020-01-06 12:01   좋아요 0 | URL
아마 그때 이후로 거짓말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ㅎㅎ.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하고 나면 안 된다는 걸 안 것 같아요, 그 선생님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