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는 캐럴이 흘러나오고 거리의 백화점과 커플링 판매하는 곳에서는
이미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슬슬 마음 속으로 크리스마스를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 어린 시절에도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은 특별하게 없다. 그런데
뚜렷하게 기억나는 일이 있는데 어쩌다 보니 초등학교 3, 4학년부터인지 꽤 음악을 집중적으로 들었다. 그 당시 클럽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배경으로 들고 동화 같은 이야기를 하는 클럽이었다. 흠, 기억으로는 그렇다. 실제로 그런 클럽이 초등학교에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내 기억은 그렇다. 그때의 사진도 있고. 그 담당 선생님이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비틀스, 아바, 카펜터즈 같은 팝을 늘 들었다. 클럽활동이
끝났는데도 선생님은 앉아서 늘 음악을 들었고 당연하게도 옆에서 그림을 그리며 같이 들었다. 레코드 점을 따라가기도 했고 좋아하는, 또는 아는
노래가 나오면 가지 않고 끝까지 듣고 있었다. 6학년인가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미니카세트와 헤드셋을 선물로
사주었다
당시 가난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던 때라 단칸방에서 방 두 개짜리 집으로 겨우
이사를 갔었는데 아버지는 나를 위해 카세트 플레이어를 선물로 사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위나 모친에게 핀잔을 들을 법한데 모친도 눈감아 준
걸로 보면 아버지는 나에게 그걸 꼭 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카세트 플레이어로 한 앨범을 지치지 않고 들었던 게 아바의 치키티타 앨범인 것
같다. 그리고 겨울이라 빙 크로스비의 캐럴 앨범을 닳고 닳도록 들었다. 겨우내 헤드셋을 끼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빙 크로스비의 캐럴을 듣는 건
무척이나 행복했다. 음악을 듣는 내내 따뜻했고 부드러웠고 안온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옳은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학교에 올라가 음악감상실에 들락거리며 본격적으로 풍부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 송이 이렇게나 좋았다니 하며 들었다. 음악이라는 게 참 묘해서 어떤 음악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몸을 이렇게나 흔들어
버린다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시 시즌 송 방송을 했다. 링크(
https://hoy.kr/54NLl) <=(짧으니까 그대로 타이핑하면 방송을 들을 수 있다)가 되면 참 좋으련만. 하루키는,
슈퍼든지 몰이든지 백화점이든지 어디나 새해까지 캐럴을 듣게 되는 것은 확실히 피곤한 일입니다, 그 마음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오늘 무라카미
라디오는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그런 캐럴은 최대한 걸지 않을 예정이니 안심하세요. 55분 동안 제대로 음악을 즐겨 주세요.라며 짧은 음악에
대한 견해와 함께 크리스마스 송을 들려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앨범을 들고 방송국으로 와서 말이다
첫 곡으로 리사 오노의 윈터 원더랜드. 그러고보니 보사노바 풍으로 캐럴을
부른 것은 별로 보이지 않네요, 남미와 크리스마스의 조합이 없어서 일까요? 그런데 얼마전에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에 다녀왔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
준비를 한창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보사노바와 크리스마스 캐럴은 음악적으로 꽤 가깝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떠신가요
두 번째 곡으로 찰스 브라운의 플리즈 컴 홈 포 크리스마스. 꽤 좋은
곡입니다. 흑인 소울 가수인 찰스 브라운이 1960년에 녹음한 크리스마스 송이랍니다. 이글스와 본조비도 다시
불렀답니다
세 번째 곡으로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 레코드 정말 잘 듣고
있어요. 그래서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들을때 마다 그 스테레오 장비의 냄새를 기억하곤
한답니다
네 번째 곡으로 콜비 카레이의 크리스마스 인 더 샌드.는 어디서인가 열대
해변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노래입니다. 물론 산타클로스 복장도 수영복이네요
다섯 번째 곡으로 바비 더 포트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 그룹은 이전에
로버트 케네디가 트로그스의 야생마를 노래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노래로 부르기도 했는데 이 노래도 상당히 웃을 수 있는 곡입니다. 그 곡의
후속곡이라고 볼 수 있죠. 덧붙여서 로버트 케네디는 이 레코드가 나온 몇 년 후 대선에 출마했지만, 그 선거 운동 중에 암살되었습니다. 희망의
별 하나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달까요. 그 당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답니다
여섯 번째 곡으로 셰릴 크로우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전 셰릴 크로우를 예전
부터 좋아했습니다. 장녀 타입이랄까요. 확고한 성격의 첫째 언니로서 동생들을 돌보며 항상 신경을 쓰며 살고 있는다고 말이죠.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래도 뭔가 열심히 살고 싶어지게 되고 말죠
일곱 번째 곡으로 브라이언 윌슨의 리틀 세인 닉. 작곡자는 브라이언이고요.
뭔가 효이효이! 하게 가볍게 만들어 버린 것 같은 분위기의 노래지만 잘 들으면 구조가 확고하고 편곡도 센스가 좋은, 그리고 반세기 이상 들어도
전혀 질지 않는 곡입니다. 물론 펫 사운드 이후의 브라이언도 훌륭하지만 초기의 이 가볍게 툭툭 치는 감각도 버리기
어렵습니다
여덟 번째 곡으로 더 포 시즌즈의 아이 쏘우 마미 키싱 산타 클로스.
엄마가 산타에게 키스를 했다. 그런데 엄마가 산타와 불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아빠가 산타 분장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니 너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아홉 번째 곡으로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송하면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곡입니다. 1980년대에 청춘을 보낸 분들은 아마 이곡에 감미롭고 달콤한 추억이 있는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어떠신가요
열 번째 곡으로 조니 마티스의 왓 어 원더플 월드. 언젠가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