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 셀카 본능에서 잊혀질 권리까지, 삶의 격을 높이는 디지털 문법의 모든 것
구본권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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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의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충고와 방법을 알려준 상당히 실용적인 책.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노출하는 현대인이 읽어봐야 할 필독서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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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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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십대의 자살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아름답고 슬프게 묘사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청소년을 이해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공허한 슬로건이 아니라 한 인간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고 감동적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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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의 사랑이란 색다른 소재를 다룬 영화가 왔다.  

'널 지켜주겠어!'란 남성들의 로망(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여성들의 로망)을 표방한 이 영화는

좀비를 뱀파이어로 바꿔도 무색함이 없을 정도로 트와일라릿 시리즈와도 많이 흡사하다.

미남 뱀파이어가 단지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흡혈을 중지하고 뾰샤시한 여주인공을 지켜주면서 사랑하는 것처럼 웜바디스 역시 사람을 공격해서 잡아먹는 좀비가 첫 눈에 반한 소녀를 지켜주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언뜻 보면 매우 식상한 설정일 수도 있다. 이건 뭐 고양이가 쥐를 지켜주겠다는 설정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 영화의 묘미는 바로 좀비라는 대상이 흐릿하고 촛점 없는 동공에 으으으으 하는 신음 소리만 흘리고 다니면서 구부정하게 걸어다니는 산송장이 아니라 사실 좀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풍자한 것이라고 보면 조금 더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된다. 꿈도 꾸지 않고, 자신이 누군지 기억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느낌이나 감정없이 허기만을 채우며 무작정 배회하고 다니는 좀비는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사실 별다른 꿈이 없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체성의 고민 없이, 느낌이나 감정을 가진다는 건 사치거나 귀찮은 일일거라 암암리에 생각하면서 애써 묻어버리고, 인생에 대한 목표도 야망도 없는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이 현대인의 얼굴 아닐까. 그런 좀비들이 공항에 몰려 산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인공인 R 역시 그런 의문을 갖는다. '갈 곳도 없으면서 이들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대체 이들은 뭘 기다리고 있는 걸까?

 

 

 

한편 좀비가 돼서도 빛나는 미모는 감춰지지 않는 좀비 R은 그런 좀비들 가운데서도 좀 특이하다.

자신의 비행기에 여러 가지 물건(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대표하는 물건들)들을 수집해서 쟁여놓고, 주변의 좀비들을 보며 생각이란 걸 해보고, 그나마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좀비와 대화 비슷한 걸 시도해보기도 하는 R. 그러다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 인간 소녀를 보며

첫 눈에 반하고 만다. 이때 흐르는 음악이 참으로 기차다.

 

 

꿈도, 기억도, 감정도 없는 좀비는 자신이 잡아먹은 인간의 뇌를 통해 잠시나마 그 사람이 생전에 품었던 강렬한 기억들과 감정을 맛본다. 그래서 R은 줄리라는 그 예쁜 소녀의 남자친구를 잡아먹고 그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좀비 무리에서 구해내 자신의 비행기에 지내게 하면서 이른바 좀비식 작업을 건다. 그런 그의 작업 방식이 참으로 아날로그적이라는 점 또한 재미 있다.

무서워하는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심심해하는 그녀를 위해 구식 레코드를 틀어주고,

공항에 굴러다니는 멋진 차(무려 BMW Z4)를 운전하게 해주고, 아픈 기억에 눈물 흘리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을 그녀의 가슴에 살포시 대준다.

 

 

그런 면에서 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순간의 몸짓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연애의 모든 재미가 바로 사랑이 시작되기 전의 아슬아슬하고 가슴이 간질거리는 순간에 달려 있는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좀비 소년과 인간 소녀가 비행기 안에서 사랑에 빠져 들게 되는 순간들이 참신하고 귀엽다. 또 한 가지 재미라면 그들의 사랑을 통해 멈춰 있던 심장이 다시 뛰게 되는 좀비들이다.

심장이 뛰지 않고, 아무런 감흥이 없이, 살아도 산 게 아닌 시간 속에서 떠돌고 있던 좀비들은 두 손을 맞잡은 그 어린 커플을 보면서 가슴이 뛰게 된다. 여자 친구가 '아직도 날 보면 심장이 뛰니?'라고 했을 때 '우리가 사귄 지 얼만데 아직도 가슴이 뛴다면 그건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거지.'라고 대꾸하는 인간 남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반성할 일이다.

 

 

지구를 구하는 문제, 인류를 구하는 문제에서도 사랑을 답으로 제시한다는 건 진부하기 짝이 없다고

짱돌을 던져도 할말 없겠지만 이 영화는 그 진부한 메시지를 제법 예쁘고 귀엽게 담아냈다.

무엇보다 좀비처럼 살아가지 말고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는 인간의 삶을 살아가라는, 무언의 메시지에 한 번 귀를 귀울여 본다면 그것만으로 본전은 뽑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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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든 드라마든 익숙한 소재를 다룬다는 건 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을 소비하는 대상의 어떤 심리를 건드려야 할지 예측하기 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진부하거나 식상하다는 반발을 살 확률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양날의 검을 품고 있는데도 한국 영화에서 조폭은 단념하기 어려운 존재인 모양이다.

 

 

한국 영화 ‘파파로티’는 관객으로서 이런 우려를 품고 보게 된 영화다. 뭐 그렇다고 정색하고 보러 간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영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여흥을 즐겨보자는 목적으로 갔지만 저변에는 이런 마음도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내 그런 예상이 무색치 않게 일견 구수해보이면서도 이젠 한국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 전라도 사투리를 걸쭉하게 구사하는 조폭 형님들이 한 성질 할 것 같은 예고 음악 교사 상진(한석규 분)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역시 아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주인공인 조폭이자 성악 천재 고등학생 이장호(이제훈 분)가 등장한다. 고등학생이라는데 얼굴은 대학을 졸업한 얼굴로 보이는 노안이라 잠깐 혼동되는 건 넘어가기로 하자.

 

 

그렇게 공교롭고도 껄끄럽게 처음 만난 상진과 장호의 관계는 별 볼일 없어 보이면서 까칠하기만 한 쌤이란 장호의 편견과 조폭 새끼가 노래를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는 상진의 편견이 부딪치면서 평행선을 달리기만 한다. 그러다 상진이 장호의 목소리에 감동하면서 성악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고, 그 과정에서 장호의 아픈 인생을 같이 보듬고 그의 흔들리는 인생에서 길을 제시해준다는. 아주 교과서적인 결말로 막을 내린다.

 

 

그럼 이 뻔하디 뻔한 영화가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힘은 뭘까?

그건 바로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꿈이었다는 것. 그리고 조폭과 성악이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을 영리하게 결합시켰다는 것이다. 상진이 장호에게 헌신적인 건 그에게서 자신의 잃어버린 꿈을 봤기 때문이다. 이태리 오페라에서 주역까지 맡았던 인생의 절정기에서 운명 때문에 좌절하고 이젠 한갓 시골 예고의 음악교사로 텁텁한 나날을 보내던 상진에게 장호는 너무나 아파서 애써 묻어 두고 있던 꿈의 흔적을 보여준다. 또한 장호 역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삶이라면 칼을 맞겠다고 할 만큼 반짝거리는 꿈의 의지를 보여준다. 할머니와 둘이 살다가 고아가 된 어린 시절 그를 위로해준 단 하나의 존재인 노래가 그의 인생을 이끌어 왔고 이젠 그것 아니면 살 수 없는 절체절명의 꿈이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꿈이란 게 뭔지,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냥 되는대로 살아 왔기에 그렇게 막연히 살아가는 장호 주변의 이들은 그를 응원해주는 것이다. 반짝이지 않으려 애써도 너무나 찬연하게 반짝이는 그 꿈 때문에.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를 살린 힘은 바로 한석규와 이제훈의 연기 앙상블이었다.

한석규야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만큼 연기를 잘 하는 배우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영화에선 특히 그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감탄스런 연기를 보여줬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씨발 씨발, 소리를 내뱉으며 성질을 부리는 것도, 자식에게 계란말이를 뺏기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도, 제자를 위해 대회장에서 패악을 부리는 모습도, 마지막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까지 그는 예고 교사 상진 그 자체였다. 그런 한석규의 묵직하면서 힘 있는 연기에 눌리지 않고 이제훈 역시 맡은 역할을 잘 해냈다. 자칫하면 한석규의 기에 눌려 주인공이면서도 그 존재감이 희미해 질 수 있었던 이제훈은 특유의 순정하고 진지한 표정과 눈가에 그렁그렁한 눈물 연기 그리고 때로는 반항기 섞인 고교생 역할을 능글맞게 잘 해냈다. 두 사람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주말 저녁을 그렇고 그런 국산 영화 한 편에 허비했다고 씁쓸해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사람들이 꿈을 다룬 영화를 보고 감동해서 눈물을 훔친다는 건.

그들 역시 잊고 있거나 생각지 않았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 묻어둔 뭔가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것이 여기선 성악 하는 조폭이라는, 발칙해 보이는 형태로 구체화됐을 뿐이지. 네 꿈을 좇고, 가슴의 소리를 따르라는 온갖 가르침과 강연들이 공허하게 들리는 요즘 같은 척박한 세월에도. 그래도 꿈을 찾아 달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하는 우리는 그래서 한편으로 애잔한 존재들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게 칼을 맞고 죽고 싶을 만큼, 발모가지를 내놓고 싶을 만한 꿈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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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나 헤어졌는데 그 이별에서 다시 사랑이 시작된다면? 이런 괴이한 설정을 최초로 그러면서도 가장 멋지게 살린 작품은 바로 ‘연애시대’일 것이다. 2006년 눈웃음이 예쁜 손예진과 웬만한 멜로는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감우성이 주인공으로 나와 수많은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명대사를 남기며 방영됐던 이 드라마는 이혼한 부부의 로맨스를 극히 참신한 시각으로 다뤘다.

 

 

 

 

‘연애시대’가 이혼한 부부의 로맨스를 알콩달콩한 로맨스와 가슴 아픈 눈물을 섞어 그야말로 영화처럼 멋지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확률은 극히 희박한 이야기로 다뤘다면. 이 영화 ‘연애의 온도’는 그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아니 멀리 갈 것까지도 없이 내게 일어난, 모든 이별의 기억들과 추억들을 지뢰처럼 터트려줬다. 미워서 헤어지고, 질려서 헤어지고, 더 이상 상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헤어졌지만, 그럼에도 과거에 뜨거웠던 사랑의 온기는 조금씩 남아 우리를 간질인다. 이와 같은 애증의 미묘한 온도가 이별에 적응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영이(김민희 분)와 동희(이민기 분)는 처음엔 불같이 사랑해서 몰래 사내 연애를 시작하지만 권태기의 절정에 이른 3년 차에 그만 헤어진다. 사내 연애 커플이었기 때문에 사귀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커플. 하지만 가난과 기침과 사랑은 감출 수 없듯이 사랑의 종결인 이별 역시 감추긴 힘든 법.

 

 

 

 

난 괜찮다고, 난 아무렇지 않다고, 의연한 척 어깨에 힘을 주다가도 둘은 술을 마시며 깽판을 부리고, 집에 돌아와 침대 위에 쓰러져 통곡하는 것으로 이별의 아픔을 삭인다. 그러고도 모자라 서로의 새 애인을 알아내기 위해 상대의 페이스북에 몰래 들어가고, 상대의 애인을 스토킹하고, 그들의 메신저 대화를 훔쳐본다. 그리고 꿔준 돈과 노트북을 받겠다며 치사하고 치졸한 작태를 부리기도 한다. 그렇게 이별에 적응하기 위해 온갖 진상을 다 떨었는데도, 헤어져서 이젠 남이어야 하는데도 그 현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사실은 그게 정상일 것이다. 사랑은 원래 뜨거운 것인데 어떻게 헤어졌다고 하루아침에 쿨할 수가 있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두 남녀. 하지만 다시 만남을 시작하기가 너무도 두렵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날 확률 87퍼센트, 하지만 그렇게 재회한 연인의 결합이 성공할 확률 3퍼센트’라는 영이의 대사가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이별이 가슴 미어지도록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또 다시 상처 받는 것 역시 이별만큼 두려우니까. 그러나 그 3퍼센트는 로또 당첨될 확률 846만분의 1보다 크다며 용기를 내는 동희의 표정은 왠지 그래서 더 공감이 간다. 로또 당첨될 확률보다는 더 큰 확률에 희망을 걸어보는. 그래서 식어버린 사랑을 다시 살려보려는 그 마음 역시 공감하기에. 그 딜레마는 모든 헤어진 연인들이 한 번씩 마음속에서 되작여보는 딜레마니까.

 

 

 

 

결국 영이와 동희는 어떻게 됐을까?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무수한 연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디테일한 묘사가 빛났던 영화. 사랑하는 남자에게 맞춰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몰래 슬퍼하던 영이의 표정과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힘들어하던 동희의 표정이 낯설지 않았던 영화. 연애의 온도를 지금 연애중인, 그리고 헤어진 모든 연인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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