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별처럼 ㅣ 문원 세계 청소년 화제작 5
쎄르쥬 뻬레즈 지음, 김주경 옮김 / 도서출판 문원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은 당나귀 귀-난 죽지 않을 테야-그리고 마지막 '이별처럼'이 이어진 시리즈 소설의 마지막 편이다. 당나귀 귀에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요양원으로 간 주인공 레이몽의 아스라하고 놀라운 첫 사랑 이야기가 실린 2편이 난 죽지 않을 테야이고 이 '이별처럼'이 마지막 3편으로 끝난다.
평소에 리뷰를 쓸 때 소설 내용은 길게 소개하지 않지만 이 소설은 3편이 이어졌다는 점 땜에 살짝 소개해보면 대강 이렇다.
주인공 레이몽은 푸주한이자 무지막지하게 폭력적인 아빠와 아빠의 폭력만큼이나 냉정한 성정에 아들을 귀찮게 여기는 엄마에 엄마 뱃속에 들어 있을 때 엄마가 층계에서 구르면서 조산해서 낳은 동생 조슬린(결국 조슬린은 장애아가 된다) 이렇게 세 식구와 살고 있는 초등학생이다. 잠깐 식구만 소개해도 암울해지는데. 이어서 학교 생활에서도 레이몽의 생활은 악몽의 연속이다. 곱셈을 이해못하는 레이몽에게 푸르쓰떼이 선생님은 동네 맘모스 백화점의 지하장에 차가 몇 줄 있으면 모두 몇 대의 차가 있냐는 식으로 문제를 내지만 레이몽은 도대체 주차장에 있는 그 수많은 차를 자기가 왜 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다. 당연 교실 전속 왕따이자 아이들의 행패와 선생님의 잦은 구박과 꼬집힘과 매를 맞아야 하는 소년 레이몽.
세상엔 당연하고 절대적인 명제들이 몇 가지 있지만 그 당연하고 절대적인 명제가 항상 진실인 것은 아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본능이라지만 레이몽의 경우처럼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도 사실 존재한다. 이 불행의 연속에서 유일하게 레이몽을 이해하고 사랑해주고 보호해주는 빵집 아저씨가 레이몽을 부모와 학교의 학대에서 구해내려 하지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 나오는 뽀르뚜가 아저씨처럼 어이없게 죽어버린다.
이 대목에선 정말 눈물이 철철 나온다. 그러면서 살짝 이 소설도 '나의 라임...' 과 아류가 아닐까 싶은 얕은 의심도 들지만. 천만에... 이 소설 아주 깊이 있고 철학적이다.
당나귀 귀에선 이렇게 레이몽의 불행한 생활이 나오고, 2편인 '난 죽지 않을 테야'에서는 요양원에 간 레이몽이 모처럼 행복한 생활을 하면서 동성애와 첫 사랑 그리고 그 와중에 스며나오는 폭력의 광기에 다시 충격 받는 사건이 발생하고-마지막 편 '이별처럼'에선 집으로 돌아와 병이 나서 병원으로 가 길고 긴 슬픈 환상에 시달리는 레이몽의 꿈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충격적인 결말이 나온다.
마침 이 소설을 읽을 때는 감기 때문에 끔찍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어서인지 레이몽이 꿈속에서 아빠와 고호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가 공감이 크게 갔다. 고호는 피부가 벗겨져서 끔찍한 고통에 시달렸다는 아빠의 말에 혼란스러워하는 레이몽.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자 아빠는 고호의 피부는 상징적이었다는 말을 하면서 고호가 범인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봤기 때문에 걸작을 그릴 수 있었지만 그만큼 그의 생은 고통스러웠다는 말을 하며 꼬마에게 너무 아픈 세상을 드러냈다는 점에 괴로워하는데. 그 부분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 부분을 공들여 쓴 작가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아프게 짐작할 수 있었고...
어젯밤 읽었는데도 지금까지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 소설이다. 아름답고 슬프면서 철학적인 이야기.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모두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