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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무더위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7월
평점 :

와카타케 나나미 시리즈 '조용한 무더위'는 '불온한 잠'에 이어 두 번째 읽은 작품이다. 원래 시리즈 네 권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출간되었다. 그러나 순서를 바꿔 읽어도 스토리 전개에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 왜냐면 소설 속에는 짧은 단편 형식의 여섯 작품으로 구성되어있으니까... 비로소 소설 속의 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매력이 무엇인지, 왜 와카타케 나나미를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부르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와카타케 나나미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탐정 하무라 아키라이다. 그녀를 터프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마음이 여린 여성이다. 터프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 한편 어리숙한 면도 갖고 있다. 셜록 홈즈처럼 탐정이라 하면 모름지기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남의 말을 잘 안듣고, 고집불통에 제멋대로.... 뭐 이런 것들이 떠오르는데 하무라는 서점 주인 도야마의 부탁에 못하겠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뒤에서나 돌멩이에 화풀이하는 그런 탐정이다. 거절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툴툴대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탐정이다.
<파란 하늘, 조용한 무더위, 아타미 브라이튼 록>
1. '파란 하늘'은 덤프트럭과 버스와 충돌 사고로 죽은 딸의 유품인 파란 수첩을 애타게 찾고있는 그녀의 어머니를 보고, 하무라는 자신이 본 기억으로 파란 가방을 갖고 간 여자의 흔적을 찾아 돌아다닌다. 정도 많기도 한 하무마... 2.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조용한 무더위'는 느닷없이 연이어 들어오는 의뢰와 너무도 조사 몇 시간만에 쉽게 해결되는 사건 의뢰... 그런데 하무라가 이렇게 운이 좋을리가 있겠나. 사람의 심리까지 꿰뚫어 보았던 하무라 덕에 목숨을 건진 할머니. 그러나 왠지모를 이 씁쓸함은 뭐지? .... 3. 35년 전 실종된 젊은 소설가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그의 실종에 관한 이야기를 갖다 달라는 의뢰. 소설가 시타라 소의 수첩에 적힌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실종에 관한 진실이 하나 둘 씩 드러나는 '아타미 브라이튼 록'....
<소에지마 씨 가라사대, 붉은 흉작, 성야 플러스 1>
4. 웃음이 나왔던 작품 '소에지마 씨 가라사대'. 전에 탐정으로서 같이 일을 했던 무라키의 느닷없는 전화 통화. 그가 알아봐달라고 하는 것은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 속의 여인. 뜻하지 않게 살인범과 인질범 되어버린 소에지마의 누명을 벗길 수 있을까? 점장 도야미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읽었는데 그것이 사건 해결이 열쇠가 될 줄은.... 5. '붉은 흉작'은 하드 보일드 작가 쓰노다 지로가 하무라에게 그의 호적을 도용하여 사용하다 불에 타 죽은 남자의 정체를 찾아달라고 의뢰를 한다. 그의 정체는? 쉽게 찾을 듯 하다가 다시 미로 속으로...역시 살인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6. 전직 외교관이자 스파이 활동을 하고 회고록을 써 주목을 받은 소노다 히토시가 소장하고 있는 '심야 플러스 1' 초판 원서 사인본을 받기 위해 그의 집으로 가면서 겪는 사건 '성야 플러스1'....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 글이 나온다. 이 부분도 정말 알찬 내용이다. 소설 속에 언급했던 작가, 작품, 용어에 대해 자세한(?) 설명하고 있다. 부록이지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꼭 알아야 할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너무 좋아~~~코지 미스터리에 대한 설명도 들어있다.
p22. 코지 미스터리 : 폭력 행위가 비교적 적으며, 끝맛도 깔끔한 미스터리를 일컫는 말. 최근에는 음식이나 애완동물이 등장하는 즐거운 무대에, 수수께끼나 살인을 약각 가미한 미스터리를 주로 코지 미스터리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열거한 것 이외에도 치즈, 벌꿀, 중국차 등 다양한 음식을 내세운 시리즈가 있는데요, 솔직히 저도 그 전부를 읽지는 못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시작하는 독자라면 와카타케 시리즈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잔인한 살인 장면이나 폭력성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추리 요소까지 가미되어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서점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점장 도야마의 말에 매번 당하고 마는 그녀,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어리숙해보이면서도 무심해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도 기억해내고 결국 어떤 형태로든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을 그녀가 따라다니는 것인가 아니면 그녀가 가는 곳에 사건이 따라오는 것인가.... 다음 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