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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동안 봄이려니 - 역사의 찰나를 사랑으로 뜨겁게 태운 그녀들
이문영 지음 / 혜화동 / 2021년 2월
평점 :

책의 앞표지에 언급되었던 '역사의 찰나를 사랑으로 뜨겁게 태운 그녀들'. 뒷표지에는 사람 하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인생에서 어디 사랑을 하지 않고 죽는 사람이 있으려나? 그것이 비록 짝사랑일지라도...
이 책의 주인공으로 다양한 여인들이 등장한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위해 살다간 여인도 있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다간 여인도 있으며, 사랑을 택했으므로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여인도 있다. 이들의 신분도 다양하다. 노비, 기생, 귀족, 양반의 아녀자, 그리고 한 나라를 쥐고 흔든 여왕, 태후..... 사랑법이라는 것이 어디 신분에 따라 다르겠는가....
이 책에 수록한 많은 여성들 중에서 마음이 와닿았던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1편 '여성들이 자진해서 분투한다면'에서는 독립운동가 신채호 뒤에는 그에 못지않은 애국활동을 한 부인 박자혜와 명월관 기생 출신으로 독립운동가 손병희와 결혼하여 내조뿐 아니라 그가 죽은 후에도 여성 운동에 몸을 바친 주옥경의 이야기가 눈에 띈다.
2편에서는 일본 여인임에도 연인 박열과 함께 일본천황 살해음모를 꾀했다는 죄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결국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후미코. 끝까지 누구에게 종속된 삶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나아갔던 그녀. 너무도 멋진 여성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3편에서는 공부에 관심이 없고 청루에 들락거리는 미친 소년 심희수를 결국 공부하게 만들었고 결국 벼슬까지 받게 한 기생 일타홍의 내조는 너무도 고귀한 사랑이 아닐까. 그런 것을 알기에 심희수는 고향 선산에 그녀를 묻고 시 한 수를 적어 남겼던 것이었으리라.
4편은 고귀한 신분 즉 나라의 최고 자리에 있는 여인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녀들의 사랑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던 것...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그 시간은 그녀들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5편은 그 시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랑 이야기이다. 어리, 유감동, 순빈봉씨, 어우동, 사방지... 스캔들로 치부하기에는 그녀들의 사랑을 내가 너무 무시한 것일까... 6편에서는 현실적 인물이라기 보다는 야사에 가까운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시대가 흘렀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지금도 끊임 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랑의 형식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진실된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 떠들썩한 사랑. 방탕한 사랑, 변하지 않는 사랑... 이들 사랑법이 제각각 다를지라도 그 순간 그녀들의 사랑은 소중한 시간이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