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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미술관 -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박현정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보고 이 책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미술관에 대한 소개내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쓴 글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나의
생각은 천경자의 '생태 1951'과 관련된 첫번째 글 '아무도 탐내지 않을 고독한 사막의 여왕 되기'을 읽으면서 잘못되었다는 알게되었다. 이
책은 마치 미술관의 작품 해설보다는 차분한 에세이를 12편을 읽는 느낌이 든다.
열두 곳의 미술관을 작가는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열두 곳의 미술관에서 만난 열두 작품에 대한
사유'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이렇게 많은 미술관이 있음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기도 하지만 아는 것이 없다보니 생겨난 결과일 것이다. 작품은 작가의 손길에서 탄생하였지만 그 평가는 온전히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몫일 것이다. 작품을 바라보며 떠올리는 영감, 기억들이 같을 리 없겠지만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 있는 강덕경의
'빼앗긴 순정'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모두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번 째 글인 '오얏꽃 문양'에서는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표현임을 작가 스스로 말해주고 있다. 국가 상징물인 오얏꽃 문양에 작가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서울 곳곳에서 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덕수궁 덕흥전 내의 의자, 희정당 현관, 낙선재 뒤뜰의 돌의자, 독립문
이맛돌, 황실용 접시, 훈장, 화폐...... 나는 과연 어디에서 오얏꽃 문양을 보았을까? 오얏문양에 대해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그 문양이
보일리가 없을 것이다.
나는 아직 한 번도 혼자 미술관에 가보지 못했다.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미술관은 혼자서 가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혼자 미술관에 가기를 권유하는지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나와 작품과의 만남을 통해 무언의 대화를 할 수 있고 작품을 통해 인생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더위가 한 풀 꺽이는 가을. 나 혼자만의 미술관 여행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