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소설은 어느 가정이든 한 권 이상은 책꽂이에 꽂혀있을 것이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단편소설들을 이 책을 계기로 다시 오랜만에 읽게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은 1920년대를 대표하는 김동인, 현진건, 나도향, 최서해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주로 읽는 장르는 판타지류일 것이다. 상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비현실적인 작품들이 많기에 우리단편소설보다 판타지를 더 많이 읽는 청소년들이 조금은 걱정스럽다.
아마도 이 네 분의 작가를 말하지않고서는 한국단편소설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많이 발표했다. 김동인의 감자,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과 술 권하는 사회, 나도향의 물레방아. 최서해의 탈출기, 홍염 모두 1920년대의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1920년대 당시 사회의 모습이 어떠했을지 우리는 책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김동인의 '감자'에서 보여지는 가난한 농촌의 현실은 복녀라는 주인공을 통해 잘 보여준다. 순박하고 정직했던 복녀가 송충이잡이 감독에게 몸을 팔면서 돈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된다. 이렇게 도덕성을 점점 잃게 된 복녀는 중국인 왕서방에게도 돈을 받고 몸을 팔게 되고, 왕서방이 장가를 가는 날 질투에 눈이 멀어 덤벼들다가 낫에 찔려죽는다. 하지만 복녀의 남편은 왕서방에게 돈을 받고 뇌일혈로 죽은 것으로 처리한다. 왜 순진하고 정직했던 복녀가 도덕성이 무너진 세속적으로 타락한 여자로 전락했을까. 바로 가난이라는 현실탓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녀에게 가난을 탈출하는 방법이라고는 몸을 파는 일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비록 그녀가 비윤리적인 모습으로 타락했지만 오히려 그녀를 비난하기보다는 동정심이 느껴진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역시 비참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농촌이 아닌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1920년대의 도시 의 생활 역시 그리 녹록치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인력거꾼 김첨지는 달포째 앓고있는 아내와 어린 자식을 두고 일을 나갈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삶을 살아간다. 비가 내리는 날임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기에 일을 계속 한다. 불길한 예감은 들지만 애써 외면하고자 술까지 마시며 아내가 먹고 싶다던 설렁탕까지 사간다. 하지만 방에 들어선 순간 아내가 죽었음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결국 제목은 김첨지의 삶과는 반대되는 표현인 것이다.
나도향의 '물레방아'는 192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감자의 '복녀'처럼 지주집에 얹혀사는 이방원의 아내도 결국 남편을 배신하고 가난한 삶을 벗어나고자 한다. 결국 지주 신치규와 물레방앗간으로 들어가 부정한 짓을 벌이고 만다. 감자의 '복녀'는 부정한 짓의 댓가로 받은 돈으로 남편과 함께 편히 살고자했지만 이방원의 아내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은가락지 은비녀 한 벌 사 주어 보았어?'라고... 그녀는 이미 탐욕의 단맛을 알았던지라 지긋지긋한 가난한 삶으로 되돌아가기를 거부한다. 결국 이들 역시 죽음이라는 비참한 삶을 맞이한다.
최서해의 '탈출기'는 위의 작품들이 보여줬던 가난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멀리 간도로 떠난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그려내고 있다. 간도에 가면 가난한 삶을 벗어날 수 있을라는 기대를 안고 떠난 나와 가족은 오히려 더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온갖 궂은 일을 다 하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가족을 버리고 **단에 가입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1920년대 농촌의 가난한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고 간도를 향해 야반도주했다고 한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나무 걱정 즉 땔감 걱정없고, 기름진 땅이 흔한 곳으로 생각하고 떠나갔다. 그러나 오히려 간도에서 더욱 비참한 삶을 살아갔다고 한다.
우리는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보지못한 당시의 사회 현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은 1920년대의 가난한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복녀와 김첨지, 이방원을 만나 그 시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