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을 담은 배 -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작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아버지, 아들, 딸, 손녀라는 삼대의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각에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들 가족에게는 아픈 가족사가 있다. 그 아픔은 당사자인 아키라와 시에만의 아픔이 아닌 가족 모두의 아픔이다. 아버지 시게유키의 전처에서
태어난 아키라와 후처인 시즈코가 데리고 온 시에의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아픔의 시작이었을까? 후처로 들어오기 전 이 집의 가정부로 일하고
있던 시즈코에게서 딸을 얻은 아버지 시게유키의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아키라와 시에가 한 아버지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살았던
시즈코의 잘못일까? 하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손녀인 사토미를 제외한 가족들은 그 아픔을 서로 공유하면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가족을 위로하고
치유하고자 노력한다.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지만 늘 시에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키라. 너무도 아픈 사랑이었기에 그
사랑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늘 떠남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대학 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가족 곁을 떠났고, 현재 아내와의 이혼,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만난 가족의 곁을 다시 떠나려한다. 그가 선택한 떠남이 과연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까? 그가 말했듯이
'갈 데까지 다 갔는데도 단념할 수 없는 일' - 그의 마음 속에 있는 시에는 영원히 단념할 수 없을 것이다. 시에 역시 오빠인 아키라를 잊지
못한다. 고등학교 시절 성폭행을 당한 후 그녀를 위로해주고 감싸준 아키라. 어느 틈엔가 그녀 역시 오빠를 사랑하게되었고 끝내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아키라가 그녀 곁을 떠난 십오 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그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는 소제목이
그녀의 마음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그녀는 분명 알고있다. 다시는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의 불꽃은 죽을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늘 열정없는 삶을 살아가는 장남 미쓰구. 세월의 흐름 속에 그는 여전히 열정없이 살아가고 있다. 우연히 선배에게 끌려가
참가한 데모.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입사한 회사,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바람을 피우고.....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채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용기없고 열정없이 살고있는 중년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손녀 사토미 역시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다.
자신의 진로 문제와 함께 일본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지메'의 희생자인 사토미. 자신에게 가해진 고통을 참지못하고 친구의 이름을 댄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친구에 대한 미안함으로 괴로워하는 사토미를 위로해준 것은 할아버지였다. 가족이 아픔을 주기도하지만 결국 가족을 통해 위로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별을 담은 배'는 이 소설에서 가장 큰 아픔을 지니고 있는 시게유키를 그리고 있다. 아내와 자식에게 왜 폭력을
휘두르고 아픔을 주었는지 그 이유가 밝혀지고 있다. 그 아픔은 개인의 것이 아닌 일본 제국주의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아픔이었다.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잊을 수 없는 일들. 전쟁에 끌려 나가 중국땅에서 만난 위안부 야에코. 한국 이름 강미주를 통해 일본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옵쓸
짓을 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개만도 못한 짐승은 우리가 아니야. 너희들이야! 이 쪽바리! 왜놈!'이라고 외치며 배가 갈린채 죽은 그녀를 자신이
죽인 것처럼 오랜 세월 그는 스스로를 책망하고 살앗던 것이다. 시게유키는 마음 속으로 얼마나 많은 사과를 했을까. 그러나 그는 다소나마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고자 하는 사과. 즉 용서받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과는 사과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진정한 사과를 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 시대를 겪었던 시게유키같은 사람들의 진실된 고백. 그것만이 미주같은 분들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어긋나 있는 이들 가족의 사랑법. 그 속에 숨겨진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 그들은 뒤틀려버린 아픔을 일부러 똑바로
맞추려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치유하기를 멀리서 바라본다. 그들이 겪은 아픔은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갈만큼
큰 것이겠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울타리로 언제나 감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