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늦복 터졌다 - 아들과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가 함께 쓴 사람 사는 이야기
이은영 지음, 김용택 엮음, 박덕성 구술 / 푸른숲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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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울다가, 가슴 아파하다가, 끝내는 조용히 책을 덮었습니다. 우리네 세상살아가는 모습이 이 한 권에 다 들어있는듯합니다.  이 글은 어머니의 한 평생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며느리인 이은영님이 어머니의 말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쓴 책입니다. 나 역시도 이 땅의 며느리로 살고 있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나의 시어머니의 이야기이자 친정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어머니 시대, 할머니 시대(젊은 세대인 독자들에게는)에는 일제 강정기와 민족 상잔 아픔의 어두원 역사가 있었습니다. 가난은 결코 피해갈 수 없었을 때입니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들은 강한 여성이셨습니다. 자식이라는 두 글자가 온전히 그분들을 강한 어머니로 만드셨던 것이지요.

 

이 책을 읽는 도중 시어머니께 전화를 올렸습니다.. 어머니도 결국은 저와 같은 여자라는 것을 생각하니 어머니의 삶이 왠지 측은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든을 넘기신 시어머니는 저에게 시집살이를 크게 시키시지 않았지만 제 남편인 아들을 결혼 후에도 며느리의 남편보다는 당신의 아들로 두고 싶었나봅니다. 며느리가 있음에도 아들이라 호칭하는 어머니가 왜 그리 못마땅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도 나이를 먹고 아들이 성인이 되고보니 어머니의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올렸습니다. 팔이 아프고 심하게 부어서 병원에 가셨다고 합니다. 가슴이 짠합니다. 맛난 것 배불리 먹여 키우지는 못했지만 평생을 자식들 잘 되기만을 바라며 온갖 궂은 일도 마다않고 일하시고 노년에 여기저기 고장이 난 몸 때문에 아파하시는 두 어머니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어머니의 삶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며느리이기에 노년의 병원 생활을 외롭지않게 해드리려 노력하는 이은영님의 따뜻함이 저에게도 전해지는 듯 합니다. 이런 며느리가 있기에 아마도 '나는 참 늦복 터졌다'고 말씀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늦게 한글을 깨치셨으니 이제는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시면서 백수를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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