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황선미 지음, 봉현 그림 / 사계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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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음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의 작품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오해가 빚어낸 것들을 사실로 알고 살아갑니다. 오해는 또다른 오해를 빚어내고...... 버찌고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의 주인공 강 노인은 6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오해 속에서 산 인물입니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오랜 기억들이 사실은 자신의 오해가 만들어낸 진실아닌 진실이었음을 비로소 아버지와 마지막을 함께 보냈던 어린 시절에 살던 집에 돌아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기억은 전혀 없고 남의 집 창고살이를 하던 아버지와 5년을 같이 보냈던 어린 시절의 비참하다고 느꼈던 기억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 자신에게만 유독 오만하게 구는 주인집 딸 '송이', 그 아이를 위해 그네를 달다가 떨어져 시름시름 앓다 죽은 아버지.그리고 다른 나라로의 입양... 평생을 그는 이런 것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았습니다. 가엾은 인생이지요. 초라하고 비참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위해 주인집과 뒤뜰, 더 나아가 버찌고개의 넓은 땅을 사들인 것이지요.

 

다른 아이들은 모두 드나들 수 있었지만 오직 자신만은 드나들 수 없었던 뒤뜰의 거억, 그 뒤뜰의 그네를 달다 죽은 아버지. 오직 복수심으로 평생을 살았을 강 노인을 생각하니 너무나 가엾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엾고도 비참하게 살았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주는 보상으로 60년 만에 돌아온 곳이지만 결국 강 노인을 치유해 준 것은 어린 시절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친구들과 그의 자식, 손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들이 잘못된 것임을 뒤늦게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장 영감과 송이의 며느리, 그리고 집의 벽장에 놓여있던 편지를통해 알았던 것입니다. 사실 그가 진짜 미워서 괴롭힌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버지가 원래 지병이 있었음을, 천애고아된 자신을 위해 송이의 아버지가 외국의 부자집에 입양보낸 사실을, 송이가 열 살 생일에 자신을 뒤뜰로 초대하려고 초대장까지 썼다는 것을, 도한 아버지가 그렇게 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용서를 구하려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일을.... 

 

고집불통의 노인과 아무도 들여놓고 싶지않은 뒤뜰.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으로 영원히 남기려 했던 뒤뜰을 침범해 사는 골칫거리들. 그 골칫거리들을 없애려 애를 쓰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의 평생의 아픔을 치유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는 몰랐을 것입니다. 오직 복수심을 갖고 평생을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고, 노년이 된 그와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은 머릿속의 암덩어리밖에는 없었습니다. 그가 버찌고개의 옛 집으로 다시 오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외로움에 허덕이다 죽었을 것입니다. 그로인해 기뻐할, 슬퍼할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인생입니까?  이제 모든 것을 알게 된 강 노인에게 뒤뜰의 골칫거리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암탉이 품었던 노란 병아리가 무사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혼혈아 오피멜의 후견인을 자청한 넉넉함을, 어린 시절의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눈을 하고 있는 상훈이를 품에 안고 위로해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갖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처음으로 마음을 빼앗겼던, 지금은 과거의 기억을 잃은 송이와 노년을 함께할 수 있기에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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