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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도둑 ㅣ 데이비드 윌리엄스 시리즈
데이비드 윌리엄스 글, 장선하 옮김, 토니 로스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할머니는 도둑' - 한마디로 재미와 감동을 준 책이었습니다.
제아무리 개인주의의 삶을 살아가는 서양의 가족일지라도 손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어느 나라의 할머니를 막론하고 다 똑같은 마음인가봅니다.
할머니와 손자의 관계는 가까운 관계인것 같으면서 소홀히 하면 이웃보다도 먼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벤은 할머니를 무척이나 따분한 존재로
생각합니다. 어느 것 하나 벤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없지요 .할머니의 행동과 음식, 그 밖의 모든 것들이... 밴은 주말 할머니 댁에 갈
때에는 부모님에게 빨리 와서 데려가달라고 말할 정도로 할머니에 대한 이해가 무척이나 부족한 아이였습니다. 가족이란 한 집안에서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속에서 정이 드는 것인데 일주일에 한 번 만나게 되는 할머니에게 벤은 애틋한 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반면 할머니는 손자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주일을 꼬박 기다립니다. 그러나 벤에게 할머니는 그저 지루하고 따분한 노인네였던 것이 문제였지요.
그런데 어느 날 알고보니 할머니는 보석 도둑이었습니다. 걸어가면서 방귀나 뽕뽕 뀌는 할머니가 글쎄 한번도 들킨적 없는 보석 도둑이었다니
이런 기절할 일이 또 있을까요? 할머니 집 바스켓 통안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한 벤이 몰래 할머니를 미행하면서 밝혀진 사실은
할머니가 보석 도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벤은 할머니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뀝니다. 나 역시도 양배추 냄새나 풍기던 할머니가 보석
도둑이라는 부분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벤이나 독자나 최고의 반전이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할머니에게서 보석을 훔치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집에서 몰래 빠져나와 할머니 집을 찾는 벤. 예전에 할머니를 지루하고 따분하게 생각하던 며칠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벤의 할머니
마음을 생각해보았답니다. 사랑하는 손자가 따분하고 지루한 할머니가 아닌 최고의 갱스터로 인정하고 가까이 다가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을 때의
마음이 얼마나 기쁘고 좋았을까요?
배관공을 꿈꾸던 벤에게 할머니는 많은 열정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점점 더 커져서 벤은 할머니에게 영국 왕실의 보석을 훔치자는
제안을 합니다. 과연 예전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보석을 훔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현실에서는 실현불가능한 일이지만 책에서는 보석이 전시되어
있는 곳까지 무사히 도착합니다. 스쿠터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저절로 납니다. 시속 12km로 달리는
스쿠터에 잠수복을 입고 랩으로 칭칭 두른 가방을 들고 올라앉은 두 사람 꼴은 정말이지 생각만해도 배꼽이 빠질정도입니다. 거기다 교통 순경에게
걸린 후 애드리브를 치는 할머니의 재치는 더욱 놀랍고 우스웠습니다. '랩사모-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는 중이었다는 말과 아직 회원은
할머니와 손자 두 명밖에 없으며,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 잠수복을 입고 물 속에서 모임을 갖는다고 핑계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런 재치있는 할머니가 있을까요? 이런 할머니보고 따분하고 지루하다고 했으니...
우여곡절을 겪고 보석 탈취 직전까지 갔지만 왕관의 주인인 여왕께 정통으로 걸려버린 후 할머니는 여왕에게 사실대로 말을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진실을 듣게됩니다. 나 역시도 정말로 할머니가 보석 도둑인줄 알았습니다. 벽을 줄을 걸치고 내려오는 등 갱스터의 모습을 보였던 할머니의
진실은 바로 손자에게서 지루하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보석 도둑이라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손주와 가까와지고 싶었다는 것이었지요. 저 역시 할머니에게
속은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거짓말이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손주에게 가까이가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비록
거짓말이었지만 할머니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귀를 쫑긋거리며 듣는 손주를 보면서 기뻐했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아마도 이번
보석탈취사건은 할머니와 벤에게 영원히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얼마 후 암으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도 보석 탈취를 위해 벤과 함께
했던 그 시간이 가장 기쁜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서양의 개인주의가 팽배한 핵가족화 구조처럼 우리 사회도 바뀌어 버린지가 오래되었습니다. 특히 핵가족화되어가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가족이면서도 가족 아닌 존재로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할머니와 손자의 사랑을 다룬 책을 별로 보지 못한 참에 '할머니는
도둑'이라는 책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집안의 최고 어른이신 할머니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