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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학교에 간다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47
카리 린 윈터스 글, 스티븐 테일러 그림, 이미영 옮김 / 내인생의책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아이을 키웠음에도 이 책을 읽은 후에야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담겨있는 권리의 일부분을 알았습니다. 교육받을 권리는 이미 알고 있는 권리였지만 안전한 물을 마실 권리, 최고의 건강 관리를 받을 권리, 놀고 쉴 권리가 포함되어있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생각해보니 텔레비전의 공익광고에서 보았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프리카 어떤 지역의 아이들은 물을 얻기 위해 매일 5km를 걸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우리에게는 흔해빠지고 하찮은 물이지만 그들에게는 5km나 되는 먼 거리를 걸어가면서까지 얻어야만 하는 생명수이지요. 그런 의미에서볼 때 유엔 아동권리협약 24조의 '안전한 물을 마실 권리와 최고의 건강 관리를 받을 권리'가 왜 포함되어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글을 꼭 배우고야 말겠다는 나쌀리의 열정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뒤 집안일을 도맡아한 나쌀리는 오빠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어합니다. 글도 모르면서 오빠의 책을 몰래 꺼내보기도 하고, 오빠가 다니는 교실 창문 밖에서 몰래 수업을 듣는 나쌀리와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종이, 연필도 없어서 땅바닥에 막대기로 글을 쓰는 나쌀리와 달리 아까운 줄 모르고 낭비하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너무나 대조되어 부끄러워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은 나쌀리의 엄마가 생전에 자식들에게 말한 "교육은 더 좋은 삶으로 가는 길"이라는 구절입니다. 지금은 너무 지나쳐서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열과는 의미가 다르겠지만 배워야만 가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과거의 우리 어머니들의 생각과 다르지않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가난한 나쌀리 가족에게 교육이라는 것이 얼마나 절실할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하루종일 일만 하고 있는 많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집안일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하는 나쌀리를 위해 그녀의 오빠 마토부는 일주일에 한번씩 아침 일찍 일어나 동생 대신 집안일을 말끔히 끝내놓아 나쌀리가 하고싶어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합니다. 제목의 'gift days' 처럼 나쌀리에게는 이 날이 바로 '선물로 받은 날들'인 특별한 날이었을겁니다.
우리의 조그만 관심과 배려가 배움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많은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받은 날'이 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포함되어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누렸으면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