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두 개의 이야기가 맞물려 있다. 지구의 종말과 지구의 종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을 다 읽을 즈음 인터넷 뉴스를 장식한 내용 중에 2032년 소행성(운석)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6만3000분의 1로 지극히 낮지만 만약 충돌한다면 위력이 TNT 2500메가톤으로 2차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50배가 넘을 것으로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런 뉴스를 볼 때, 소행성 충돌이 그저 딥 임팩트, 아마겟돈 같은 영화에서만 나올 법한 이야기는 분명 아님은 확실하다. 

 

라스트 폴리스맨은 바로 소행성 충돌 6월 전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보험사 직원이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목을 매고 죽은 사건을 파헤치는 팔라스 형사가 등장한다. 타살 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자살이라고 하기는 왠지 꺼림칙스럽다. 법의학 박사가 해부까지 한 결과 역시 자살로 판명하지만 그는 이 사건을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생각하고 수사를 벌인다. 아주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증거들에 촛점을 맞춘다. 사라진 휴대전화. 죽기 직전의 통화 내역, 그의 방에서 발견된 수신인 누나에게 쓰는 편지.... 범인을 잡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같은 증거들을 갖고 역추적을 벌인 끝에 결국 범인을 잡는다.

 

이 책에는 지구의 종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최근 광기에 사로잡힌 만행들이 무수히 일어났다. 물론 자선과 선행도 쏟아져 나왔지만 대체로 좌절한 사람들의 광적인 모습들을 더 많이 보여준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자했던 것이 바로 지구 종말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부제인 '자살자들의 도시'에도 언급되었듯이 많은 사람들은 소행성 충돌을 공포로 받아들이고 이는 곧 죽음이라고 인식한다. 그들에겐 희망을 없다. 엄청난 공포를 두 눈으로 목격하느니 차라리 자살이라는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자살 역시 공포스러운 일일 것이다. 자살을 택하지 않는 사람 중에는 지구 멸망이라는 상황을 잊고자 온갖 약을 통해 환각에 빠지는 사람들도 보인다. 텔슨 경장처럼 조기 은퇴하고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는 사람, 팔라스 형사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능성 100%인소행성의 충돌로 인한 지구 종말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분명한 것은 지구 종말이라는 현실은 누구에게나 공포스러운 일이다. 나는 과연 그 공포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과연 스피노자처럼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