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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동냥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귀동냥'은 미스터리 단편 이야기 네 개로 구성되어있다. 글을 읽은 후에 가슴한복판이 묵직한 느낌이 든다. 네 개의 글 모두 밝은 색깔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가슴 속에 남겨지는 그 무엇이 있다. 아마도 그것은 인위적이지 않은 인간적인 냄새가 풍겨서일 것이다.
정답이 없는 시험지를 푼 느낌이다. 이야기기의 시작은 평범하고 조용하다. 미스터리 작품에서 흔히 등장하는 살인 사건 같은 큰 일이 터지고 그것과 관련된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구급대원, 여형사, 소방대원, 갱생보호사업체 원장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그들의 주변에서 일어난 사소한 것 행동에 촛점을 두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너무도 평범한 이야기라 자칫하면 포인트를 살짝 놓칠 수 있는데 각 단편들은 마지막 부분들에 가서야 소설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이 중 가장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이야기는 '경로 이탈'이다. 자동차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영원히 지게 된 딸. 그러나 담당 검사는 자동차를 몰았던 의사에게 책임이 없고 갑자기 차도로 튀어나온 딸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필 사고 신고를 받고 구급차에 실려운 사람은 딸의 사건을 담당한 검사였다. 칼을 맞고 피를 흘리고 있는 검사. 가까운 병원은 수술실이 이미 만원인 상태에서 무로후시는 자기 딸을 자동차로 친 의사에게 병원으로 와 줄 것을 전화로 말하지만 곧 전화를 끊는다. 무로후시는 가까운 재생회로 운전할 것을 다른 구급대원에게 지시하지만 정작 병원에 도착해서는 싸이렌을 꺼야한다는 규칙을 어겼을 뿐아니라 다시 재생회를 나와 몇 바퀴를 빙빙 돌게 지시하였다. 독자들은 이 장면에서 머릿속으로 많은 것을 상상하게 된다. 아버지와 구급대원의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선급한 결론을 내린다. '원수같은 검사에게 복수를 하고 있구나. 그만큼 가슴에 맺힌 것이 많았구나' 하고... 다친 환자를 병원으로 빨리 데려가지 않는 그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로후시 편에 서서 그를 이해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그 마음을..... 독자들은 결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생각을 하게끔 그 어떤 것도 내비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곧이어 깨닫게 된다. 우리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그 후의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읽어보길 바란다. 딸의 원수를 맞닥뜨렸을 때 오히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무로후시를 보면서 우리의 마음은 더욱 뭉쿨해 짐을 느낄 것이다.
편견! 편견의 무서움과 더불어 고독사하는 노인에 대한 관심을 문제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 '귀동냥'이다. 전처를 스토킹하고 상해를 가해 감옥에 들어갔다 얼마전 출소한 노숙자 요코자키. 딸과 냉전중인 여형사 게이코는 동네 이웃 주민인 후사노 할머니 집에 도둑이 들어 돈을 훔쳐간 일로 경찰에게 설명하고 있는 후사노 할머니. 집 근처에서 요코자키를 보았다는 정보로 그를 구치소에 가둔다. 모든 사람들이 지목한 범인 요코자키. 게이코 역시 그가 범인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얼마나 무서운 편견인가. 전과자이기 때문에, 할머니 집 근처에서 그를 본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오인을 받고 구치소에 갇힌 것이다. 딸 나쓰키는 특이하게 엄마와의 직접적이 대화를 단절하고 엄마에 대한 불만을 그림 엽서를 통해 전달한다. 그것도 집배원이 배달된 그림 엽서를 통해서... 직접 엄마와 말을 하지 않더라고 며칠 후 도착하는 우편 엽서 대신 종이에 써서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굳이 며칠 후에 배달되는 엽서를 통해 자신의 불만을 말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참 철딱서니 없는 아이라고 단정을 지었다. 아무리 엄마가 하는 일에 불만이 있어도 아빠없는 집에서 단둘이 살아가고 있으면서 왜 이해를 못하는지...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번지 숫자를 9 로 똑바로 쓰지않고 구부려써서 7자로 보이게끔 쓴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엽서는 집으로 곧바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옆집 할머니 후사노의 집으로 배달된다. 엽서기 때문에 그 내용을 고스란히 읽을 수 밖에 없는 엽서...엽서의 내용은 별 내용도 없는 것들. '몇 시까지 도둑을 쫓아다닐 셈이야?"', '집털이가 뭐가 그리 좋아?', '좀도둑이랑 딸 중에 누가 더 중요해?"..... 그러나 이 단편 역시 후반에 가서는 독자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끄집어 낸다. 바로 엽서의 내용을 쓴 딸 나쓰키의 어른스러움이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외로운 노인들. 홀로 사는 노인이 고독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갈수록 늘어간다. 무관심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고 있는 글이다.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 부문을 수상한 작품에 걸맞은 내용과 구성을 가진 걸작이라 말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떠들썩하지 않게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 읽은 후엔 뭔가 가슴 속에 따뜻함이 전달되어짐을 느낄 수 있을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