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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 ㅣ 창비청소년문학 52
존 코리 웨일리 지음, 이석연 옮김 / 창비 / 2013년 8월
평점 :
모든 것이 돌아왔다는 것의 전제는 떠났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었다. 그리고 떠났다. 그리고 한 명도 빠짐없이 돌아왔다. 바로 그곳이 아소칸 주에 위치한 릴리였다.
이 소설은 주인공 컬런 위터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특히 동생이 실종된 후 시간이 흐를수록 동생이 죽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질수록 컬런은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그렇게함으로써 불안감을 다소나마 억누르려 하려는 내면 심리의 묘사가 아주 뛰어나다. 컬런 위터는 사촌 형의 시신을 확인하면서도 슬프다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에 짜증을 느끼며, 일상 생활에 따분함과 지루함을 느끼며, 염세주의자인 척 하는 그런 열 일곱살의 고등학생이다. 루커스 이외의 친구에 관해서는 별 관심도 없지만 에이다를 짝사랑한다.
그렇게 하루 하루 따분하게 지내던 어느 날 마을에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60년간 목격되지 않은 나사로 딱따구리를 존 발링이라는 사람이 보았고 그 새를 찾으러 릴리에 오면서 마을은 딱따구리를 찾기 위한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건. 바로 동생 가브리엘의 실종이다.
컬런 위터는 동생의 실종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점점 흐르고 경찰도 동생의 흔적을 찾지 못하면서 정신적인 혼란을 겪는다. 살아서 집에 돌아올거라는 생각과 죽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는 중에서도 스스로 희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가브리엘이 가족을 버리고 나갈 이유가 없었고, 죽을 이유가 없었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상상을 하면서, 미래의 성공한 동생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지낸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절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의 자신에 대한 집착을 힘겨워하면서도 크게 동요되지 않은채.....
왜 동생은 실종되었을까? 이 소설의 재미는 컬런 위터의 이야기와 함께 벤턴 세이지라는 또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 초반에 나오는 벤턴 세이지가 컬런 위터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 전혀 생각치도 못하고 읽었던 내용들은 소설 후반에 가서 컬런 위터의 동생 가브리엘의 실종과 맞물려 나갔다. 벤턴 세이지가 자살하면서 남겨 둔 노트를 읽은 룸메이트 캐벗은 종교에 심취하기 시작한다. 엘마와의 만남과 결혼. 결국 캐벗의 무능력함에 이별을 고하고 고향 릴리로 돌아온 엘마를 찾아가지만 그녀에게서 컬런과 사귀고 있으니 헤어져달라는 말을 듣게 되고, 광기에 사로잡힌 캐벗은 가브리엘을 컬런으로 착각하고 납치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직막 실종되었던 동생은 집으로 예전의 모습 그대로 웃으며 돌아온다.
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인 릴리에서 실종되었던 동생도 다시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의 상징인 나사로 딱따구리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딱따구리의 실체는 비슷한 종이었다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가브리엘도 마찬가지이다. 실종되어 가족들에게 슬픔과 절망을 안겨주었지만 결국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되돌아간 것이다. 동생의 실종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은 그의 삶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분명 컬런은 내면적으로 성숙해졌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