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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한국 베스트 단편소설
김동인 외 지음 / 책만드는집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명작이라고 불리는 한국 대표 단편 소설 열 세 작품을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책에 나온 작품 대부분은 중 고등학교 교과서 나왔던 눈에 익은 익숙한 작품들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도없이 쏟아지는 도서들. 그 중에서 한국인의 정서가 그득 담겨있는 단편 소설의 만남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 책 속에서 많은 인물들이 나옵니다. 김첨지를 비롯해 복녀, 삼룔이, 백치 아다다, 점순이, P .... 우리는 그들은 모습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아픔을 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의 고단하고 힘들었던 시절로 돌아가 그들의 삶을 살펴봅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아픈 아내를 집에 두고 인력거를 끌 수 밖에 없는 무뚝뚝한 김첨지. 왠지 돈이 많이 벌리는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내에게 줄 설렁탕까지 사 갖고 들어온 그 날은 아내가 죽은 날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가난한 도시 하층민의 애환이 김첨지의 눈물이 되어 아내의 시신 위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머슴 벙어리 삼룡이는 철딱서니 없는 주인 아들이 갓 시집온 아내를 구박하고 때리는 모습을 보면서 사랑의 감정인줄도 모른 채 새색시를 보호하고 싶어집니다. 새색시가 만들어 준 쌈지를 본 이후로 두 사람을 의심하는 주인 아들은 결국 삼룔이를 쫓아냅니다. 갈 곳 없음이 슬프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아씨를 보지못하는 마음이 더 가슴 아프지 않았을까요? 그 날 밤 오생원 집은 화염에 휩싸이고 아씨를 구할 마음에 불길안으로 뛰어든 삼룡이는 불에 타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을겁니다. 바로 얼굴의 미소가 그것을 말해주니까요. 저쪽 세계에서는 분명 사랑하는 아씨와 행복하게 부부의 연을 맺고 알콩달콩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복녀. 그녀의 삶을 누가 그리 만들었을까요? 비록 집안이 가난해도 도덕과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알고 자란 복녀는 스무 살이나 많고 게으른 홀아비 서방에게 돈에 팔려 시집을 가면서 그녀의 박복한 인생길로 접어듭니다. 서방 대신 먹고 살기 위해 송충이 잡는 일을 하면서 일 안하고 돈을 더 많이 받는 법을 알게 되고, 왕서방에게서 돈을 받아내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도덕관이 무너져버린 복녀. 그녀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의 남편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질투심에 목숨까지 잃은 복녀를 위해 눈물을 흘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직 살기 위한 몸부림임을 알기에 우리는 그녀의 삶에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책에 소개된 단편 소설은 우리 민족의 지난 역사이자 삶의 발자국이기에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되어 도시 하층민의 아픔을 같이 느껴보고, '복녀'가 되어 한 여인의 도덕적 타락에 가슴 아파 보기도 하고, '백치 아다다'가 되어 돈을 바다에 던질 수 밖에 없었던, 물질적 풍요보다는 가난하더라도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하고, 'P'가 되어 현재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청년 실업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우리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 있는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눈이 아닌 가슴으로 읽는다는 의미이기에 더욱 큰 감동이 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단편 문학 작품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