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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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저쪽 세계를 실제 경험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곳은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이기에 더욱 궁금한 것일지도 모른다.

7일 동안 양페이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다.  그들의 이야기 통해 위화는 중국 현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죽어 온 사람들, 안식의 땅으로 가기위해 대기표를 받는다. 죽은 후의 세계도 인간 세계와 다를 바 없는 재산과 권력이 많음에 따라 귀빈 대접을 받기도 한다. 사후 세계에서 차별받는 없는 사람들. 연고자가 없거나 무덤이 없으면 아예 안식의 땅으로 들어갈 수 없는 서글픈 사후 세계의 현실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들.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고 했던가. 살던 아파트 건물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무너진 콘크리트 폐허에 깔려 부부의 죽음을 정부에서는 극구 부인한다. 또한 대형쇼핑몰 화재로 불 타 죽은 38명의 사람들의 이름은 사망 명단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잘못을 덮고 인원을 축소 보고하기에 급급한 고위 관리들. 남은 가족이 위협을 받고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 수습을 했기에 그들의 무덤은 없다. 결국 안식처로 가지 못한 채 이곳세계에 영원히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바로 돈이면 죽음까지도 없던 일로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세태가 지금 중국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더없이 서글퍼진다.

식당을 운영했던 탄자신 가족. 외상을 일삼는 관공서 직원들의 횡포로 적자에 시달린다. 주방의 불길이 솟자 돈도 내지 않고 도망가는 몰염치한 사람들과 그들을 저지하려다 미처 빠져나가지못하다 결국 폭발로 목숨을 잃은 탄자신 가족이지만 그 식당안에는 양페이가 전처의 자살 소식을 신문을 통해 읽다 폭발로 인해 건물에 깔려 죽었다.

양페이는 그곳에서 전처였던 리칭을 만난다. 양페이의 순수한 마음에 이끌려 결혼을 했지만  결국 그녀는 야망과 권력을 찾아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 떠났다. 사랑보다 돈과 권력을 우선시하고 있는 세태를 엿볼 수 있다. 

얼마전 읽은 '정글만리'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중국은 산아제한과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많은 사람. 특히 여성들이 버림을 받고 호적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갓난아이였던 양페이에게 젖을 먹여 키웠던 엄마 같은 리웨전 아줌마와 스물 일곱명의 영아를 만난다. 병원비를 내지 않고 달아난 부모의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해 죽은 영아들이거나 산아 제한으로 강제로 유산한 영아들이었던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라져가는 어린 생명들이 이곳 세상에서는 아줌마의 보살핌으로 웃고 있으니 오히려 이곳이 안식의 땅이라 할 수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아줌마를 통해 양페이는 그렇게 찾았던 아버지가 이곳에 와 있음을 알았고, 양아버지가 언젠가는 보게 될 자신을 만나기 위해 언젠가는 꼭 거쳐가야 할 빈의관에서 대기자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책은 중국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는 따뜻한 가족애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양아버지 양진뱌오와 아들 양페이의 사랑은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의 젊음을 온통 기차 철로에서 발견은 자신을 위해 바치셨고, 후에 친엄마가 찾아왔을 때에 자신이 가진 돈을 다 내어 아들에게 좋은 옷을 선물했다. 그리고 자식의 장래를 위해 기꺼이 친부모곁으로 보낸 아버지였다. 나이들어 불치병에 걸리자 아들을 고생시키지않기 위해 몰래 집을 나간 아버지였다. 자신의 친아들이 아님에도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했던 아버지. 당신은 안식의 땅으로 가지도 못한 채 언젠가는 죽어서 사후 세계에 올 아들을 빈의관에서 기다리는 아버지. 생각보다 이쪽 세상으로 온 아들을 만난 기쁨보다 이른 아들의 죽음을 생각하며 슬퍼하는 아버지였다. 그리고 무덤도 없이, 혼자 팔에 검은 상장을 달고 있는 아들을 보며 마냥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이것이 부모님의 마음이리라.

 

사랑하는 연인인 슈메이와 우차오의 사랑 역시 감동적이다. 선물받은 아이폰이 짝퉁이라는 사실,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화가 나 빌딩에 올라가 투신 자살 소동을 벌이다 결국 실수로 떨어져 죽은 슈메이. 그녀는 남자 친구가 자신을 사랑하기에 자신의 묘지를 만들어 줄것이라 믿는다. 그녀의 소망대로 남자친구 우차오는 아버지 간병으로 뒤늦게 슈메이의 죽음을 알았고 그녀를 위해 자신을 신장을 팔아 묘지를 산다. 하지만 비위생적인 처리로 인해 고열에 시달리다 이쪽 세상으로 오지만 이미 그녀는 자신이 마련해준 안식처 묘지로 들어간 후였기에 영원히 만날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 수 있을까?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진정으로 두 사람은 사랑을 했던 것이다.

 

양페이가 머무는 곳은 안식처로 가기 전에 잠시 머무르는 곳이다. 이승에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사연을 갖고 살아가듯 저승 세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애절한 사연들을 안고 온다. 죽는다고 해서 모두 편안한 안식처로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화는 가난하여 무덤조차 살 수없는 사람들.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고통받다 죽은 사람들. 죽어서도 권력의 힘 앞에서 죽음조차 없었던 일로 치부해 버리는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다. 비록 무덤이 없기에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들이 죽어서 가는 세상은 슬픔도 없고, 고통도 없고, 가난도 없고, 부유함도 없는 평등한 땅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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