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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생소한 나라 아프리카의 적도기니.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얼마전 부터 원유가 생산되면서 1인당 gnp 세계 45위에 오른 부국이다. 이 책이 끌린 이유는 우리가 쉽게 갈 수 없는 곳 '평양'에서 무려 16년을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문구를 보면서 어떤 연유로 그곳에 가야만 했고 직접 북한에서 생활하면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알고 싶었다. 특히 모니카라는 외국인의 눈에 비친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외국인이 아니었다. 겉모양만 아프리카 흑인의 모습만 하고 있을 뿐 언어, 생각 그 모든 것이 우리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 지독히 평양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모니카였다.
그녀는 평양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본국인 적도기니에서 쿠테타가 일어났고 위험을 느낀 대통령인 아버지가 평소 친분이 있는 김일성 주석에게 아이들을 부탁했던 것이다. 외국인이 문화와 환경, 음식 등이 낯선 곳에서 처음부터 순탄하게 적응하면서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섯 살에 평양에서 살기 시작한 모니카는 처음부터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했다. 그녀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 다독여줄 부모님이 없다는 것이 모니카를 강하게 만들었을까. 아이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였다. 그러다보니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잃어버릴 정도로 평양말로 대화를 했고, 제 스스로 외국인임을 점차 잊고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고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평양에서 무려 16년의 생활을 한 그녀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었나보다. 내가 알고 싶었던 북한의 실상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은 말할 수 없이 컸겠지만 어찌보면 그 후 모니카의 평양에서의 삶은 vip 대접을 받으며 편안한 생활을 했다. 물론 외국인이다보니 어느 정도 생활의 제약과 고충이 있었겠지만 어찌 북한 주민의 생활과 비교할 수 있을까. 기사가 있는 차를 제공받으며, 김일성 주석의 배려 속에서 궁색함없는 생활을 한 모니카가 본 북한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의 상류층의 생활일 뿐 책을 읽기 전 알고 싶었던 북한의 실상은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너무도 아쉬운 책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 믿었던 대학생이 된 그녀에게 변화와 혼란이 시작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과 함께 자신의 삶을 개척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역시 모니카는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북한땅을 벗어나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북한 주민에 비해 모니카는 자신의 선택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북한땅을 나갈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그 순간 알았을까.
그 후 적도기니를 거쳐 스페인에서 10년, 다시 뉴욕을 거쳐 서울에 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녀는 책 속에서 말하고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살고 있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을 했고, '북한'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확인하고 싶어 떠났으며 결국 그것은 자신의 잣대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욕구때문이었다고....어린 시절 평양에서 '남조선에 가보고 싶다'는 말에 모두들 '거긴 못 가'라고 한 바로 대한민국 서울로 그녀는 왔다. 두 나라의 생활을 모두 경험했던 모니카에게는 누구보다 남과 북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도 먼 거리에 있는 곳이 남과 북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그녀는 가 있는 적도기니에서 스스로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
그녀의 선택은 지금도 ing 상태이다. 그녀의 긴 여정에 마침표가 찍히는 날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