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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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의 배경은 땅끝섬이다. 바다 한가운데 둥실 떠 있는 외로운 섬이다. 위로는 기암절벽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으며, 아래로는 아름다운 수중 경관과 청정 바다의 풍부한 수산물을 갖고 있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런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하여 살아가는 섬 사람들은 아름다움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섬은 지극히 폐쇄적인 공간이다. 그 섬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환경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수산물을 채취하거나 관광업을 통한 한정된 재화벌이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섬의 삶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연작 소설인 이 글은 대학 강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와 아이없는 부부 사이가 멀어지고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면서 정처없이 이 곳 섬에 머무른 정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섬,섬옥수 7에 다시 섬을 방문하는 정애가 등장하면서 전과는 달라진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학에 사표를 내고 입양을 결정한 후 남편과 같이 제주도 여행길을 제안한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블루코너가 마치 자신의 결혼 생활과 흡사함을 느꼈다. 블루코너 해역은 난류와 한류, 온대성 어종과 아열대 어종이 만나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약육강식에 의한 평정이 끝나면 계절이 바뀌면서 활기찬 소란으로 분주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한반도 근해에서 가장 물살이 센 곳이다. 이곳을 지나갈 때 배는 무서울 정도로 흔들린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가면 배는 언제 그랬냐는듯 평온해진다. 무관심과 무기력, 회의에 빠져있던 정애는 남편과의 올레길 여행에서  많이 달라진 자신과 남편의 모습을 발견한다. 내심 그녀는 블루 해역을 지난 후처럼 남편과 화해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그녀는 남편과 올레길을 같이 걸아가면서 배려, 양보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았다.  

 

땅끝섬은 생명의 죽음과 잉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현씨 할머니의 딸 정희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다시 이 섬에 들어왔지만 물질을 하다 사고로 죽는다. 아내를 의심하다 결국 총기로 자살한 복만과 바다로 뛰어들어간 그의 아내 미순. 그러나 혜자에게 이 섬은 치유의 공간이면서 새 생명을 준 공간이다. 죽을 결심을 하고 온 곳에서 인규를 만나 인연을 맺고 새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했다. 이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이 땅끝섬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철저하게 상대를 밟아버리는 원주민. 타협과 공존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만이 모든 것을 가져야한다는 이기적인 인간이 바로 삼봉과 재봉 형제이다. 한 시간이면 온 섬을 걸어다녀도 다 볼 수 있는 좁은 섬에 골프카 경쟁이 붙는다. 경관이 아름다워 천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과는 거리가 먼 실제 섬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 글에서 환경과 조건에 의해 사람의 품성이 어떻게 지배당하고 좌충우돌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섬이라는 환경은 이 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원주민들 사고를 폐쇄적이고 단절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목숨을 담보로 물질을 하던 힘든 일 대신 관광객을 상대로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안다. 돈 앞에서는 공존의 삶이 있을 수 없다. 그 돈은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인규같이 외지에서 온 장사꾼은 심심하면 일어나는 원주민의 폭력과 행패에 끝임없이 당하고 살아가야한다. 섬 사람들이 키우는 여러 종의 개들이 물어뜯고 피를 보며 벌이는 싸움판같이....  

 

땅끝섬은 뫼비우스 섬이다. 죽음과 새 새명의 탄생이 공존하고 있는 곳. 해녀들의 물질과 골프카로 호객 행위가 공존하고 있는 곳.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천연보호지역이면서 불법 건축물과 관광객의 쓰레기가 난무하는 곳. 블루 코너 해역의 강한 조류가 파도와 물살을 일으켜 이 곳을 지나가는 배들을 심하게 흔들게하지만, 바다 밑에서는 조류가 가라앉은 영양 염류를 끌어올려 수중생물의 먹이를 공급하고 어패류를 튼튼하고 쫄깃하게 만들고 있다. 절망의 끝에서 새 인연을 만난 혜자, 절망의 섬에서 새 출발을 다짐하는 정애.....  

그러나 작가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비록 이기적인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어가고 있는 땅끝섬이지만 정애에게는 이제 새 출발을 다짐하는 공간이다. 그런 정애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비록 희망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화해와 공존만이 아름다운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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