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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 노사라의 도쿄 플라워
노사라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꽃이 내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은 십년 가까이가 되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워낙 꽃을 좋아하셔서 우리집은 꽃나무로 가득했다. 작은 앞마당이 있어서 장미도 가꾸고, 백합도 가꾸고, 맨드라미에 코스모스까지 그야말로 봄에서 가을까지, 아니 겨울에도 우리 집 안방에서는 개발선인장으로 사철 꽃을 볼 수 있었다. 그 영향을 받아서일까? 결혼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 며칠 화원앞을 기웃기웃 거리다 기어이 사다놓는다. 다른 쪽으로 돈은 별로 안 쓰는데 예쁜 꽃을 보면 돈을 아끼지 않으니 내가 생각해도 참 모를일이다.
플로리스트 - 나에게는 생소한 직업이다. 씨를 뿌리고 식물을 키우고 꽃을 피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저 온라인에서 꽃 모임에서 정보를 주고 받을 뿐이었음으로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참 생소하게 느꼈졌다. 책을 읽으면서 플로리스트에 대한 직업이 나처럼 꽃을 사랑하고 가꾸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꽃을 통해 새로운 작품,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도 하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백화점의 쇼윈도에 장식한 꽃들. 근사한 결혼식장에 장식해 놓았던 꽃들. 교회 성단에 놓여있던 꽃들... 이 모두가 플로리스트의 손에서 연출된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일단 책 속에서 아름답게 연출된 꽃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일본은 어느 골목을 가더라도 플라워샵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워마켓이 활성화되어 있지않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있는 업종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우리의 인식이 조금은 바뀌어야 할 필요성은 있다. 꽃을 선물한다는 것이 누구에게 선물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때론 자신을 위해서 꽃 한송이 사다가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고토 플로리스트 롯본기 본점의 아기자기 소품과 함께 장식된 꽃들도 아름다웠지만 플라워박스 안에 담긴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보고 있으니 작가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 번쯤 받아보고 싶은 선물이다.'라고....
작가는 일본의 아오야마 플라워마켓에서 운영하는 플라워 스쿨의 코스를 수료하고 그 회사의 신입 사원으로 들어갔다. 도쿄에만 70여 개 매장이 있고 모두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부케라고 한다. 신부 부케만을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또 여지없이 틀리고 말았다. 키친 부케, 다이닝 부케, 엔트란스 부케, 리빙룸 부케, 글래스 부케(화장실 부케)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또 하나의 강점은 값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365일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나라이다보니 축제에 어울리는 꽃 장식도 많다고 하니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에서의 플라워 시장은 다분히 성공의 소지가 보인다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도 요새 지역마다 많은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이런 축제와 함께 플라워를 접목시킴으로써 서로 윈 윈할 수 있는 시장을 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예전 우리 엄마는 교회에 장식할 꽃을 사다가 흔히 말하는 꽃꽂이를 직접 해 교회에 갖고 간 적이 있었다. 우리 엄마도 플로리스트의 끼를 다분히 갖고 계신 분이다. 체계적으로 배우셨다면 멋진 플로리스트가 되셨을텐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도쿄 곳곳의 플라워 카페. 플라워 샵. 백화점의 이케바나(일본의 전통 꽃꽂이) 전시회 등을 책을 통해 돌아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을 가졌다. 꽃을 사기위해 간 곳이 **마트의 냉장고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동네 꽃집의 꽃들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그 향기를 맡으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