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 -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평점 :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표지를 장식한 어마어마한 수상들을 보면서이다. 제153회 나오키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 서점 대상 등 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 석권한 전대미문의 걸작. 거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심사평 -'내가 심사를 맡은 이래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이 한 몫을 더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흥미진진한 소설일까?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욱 이 작품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뭔가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했을 것이고 그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인물이 나와 사건을 진행시켜 나가겠지..... 나름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야기가 기존에 내가 읽었던 미스터리 작품들과는 완전 성격이 달랐다. 뭐랄까 할머니가 옆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1975년 대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1975년 대만의 총통 장개석의 사망을 시작으로 하고 있다. 열일곱 살의 예치우성은 그해 할아버지 예준린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채 죽어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할아버지 예준린을 왜, 누가 죽였을까? 형사도 밝히지 못하는 범인.... 손자 치우성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마음속에 둔채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고자 한다. 이 소설을 미스터리 작품으로 말하는 이유는 아마도 할아버지 예준린의 미스터리한 죽음 때문일 것이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들.... 치우성은 과연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열일곱 살의 예치우성이다. 치우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의 가족들, 학교 친구들, 치우성의 첫사랑 마오마오와의 연애, 군대 생활, 직장 생활..... 치우성의 이야기는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몰입감도 최고다. 이 소설은 삼 대에 걸친 이야기다. 할아버지 예준린의 삶. 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살짝 중국 근현대사를 알고 읽는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중일전쟁, 국공내전, 대륙을 떠나 대만에 정착한 예준린의 대륙에서의 행적.... 그리고 아직도 대륙에 살아있는 할아버지 예준린의 의형제 마 할아버지로부터 듣는 치우성이 알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행적들....이야기는 전혀 지루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할아버지 죽음에 다가간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현재 우리의 상황과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심리에 충분한 공감을 느끼며 읽게 된다. 본토로 돌아갈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국공 내전으로 전쟁과 상관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할아버지 죽음은 결국 중국의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치우성의 10대 시절은 삶의 희로애락을 다 겪은 것 같다. 이런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된 치우성. 아버지, 할아버지와 다른 모습으로 멋진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