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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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문학 그 중심에 카렐 차페크가 있었다. 2018년 체코 독립 1백 주년을 기념하여 1백 년간 가장 중요한 체코 작품을 선정한 체코 블타바 라디오 방송 '카논 100'에 바로 '평범한 인생'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작품이 산문 분야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1890년 말레 스바토노비체라는 체코 북부 산악 지역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이곳은 목가적이면서 탄광이 운영되고 산업화가 진행 중이던 곳. 소설 속 어린 시절을 보낸 '나'의 고향에 들어온 철도... 산업화와 자연스레 연결되는 느낌이다.


철학을 전공한 차페크는 앙리 베르그송 철학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진정한 삶의 가치는 기술에 의한 완전한 인간 해방이나 물질 향우의 극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성 속에서 사랑과 긍정적 태도를 실천하는 평범한 삶에 있다는 것이 그의 문학이 전하는 메시지라 한다.


이 소설은 어느 철도 공무원의 자서전적인 내용으로 크게 철도 공무원인 '나'의 어린 시절, 청소년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시인을 만난혼란스러운 시절, 직장과 가정에서의 평범한 삶. 그리고 전쟁과 전쟁 후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의 평범한 인생을 쓴 소설이란 생각이 들 즈음 '나'의 또 다른 자아 즉 출세를 위해 몸부림 치는 자아가 나타나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자아와 충돌하고 갈등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자신의 지난 평범한 삶이 욕망과 야심으로 점철된 인생이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다시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이며 방어적인 우울증을 가진 자아가 등장한다.


우리도 저마다 몇 개의 자아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소설 속 '나'처럼 평범하고 착하게 살아가려는 자아도 있고 명예욕, 출세욕 같은 욕망을 지닌 자아도 있을 것이다. 또한 홀로 자신의 세계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자아도 있을 것이고, 욕망을 억누르며 올바른 길을 가려는 자아 등 여러 형태의 자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많은 자아들은 별개의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 속에 뒤섞여 있으면서 때로는 이 삶이, 때로는 저 삶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렇듯 내면에서 서로 다른 자아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인생인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비록 주인공 '나'와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 시대와 환경이 다르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내면에 깃든 여러 자아가 충돌과 갈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에 공감을 하게 된다. 우리의 삶은 다른 누군가의 삶에 어떤 형태이든 연결이 되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은 더욱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나'의 인생이 평범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다양한 내면적 자아를 만나게 되면서 이 소설은 묵직한 한 방을 날려버린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소설이다. 죽음을 앞둔 인간의 내면적 탐구가 섬세하게 그려진, 너무도 공감되는 '평범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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