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유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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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무라 교타로는 일본에서는 '국민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 중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살인의 쌍곡선'. 출간 작품 수가 약 7백 편 가까이 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 알려진 작품을 그리 많지 않다. 그가 쓴 작품을 알고 싶어 검색을 해보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노령의 거장은 올해 3월 작고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쉽게도 서점에 올라온 작품으로는 '종착역 살인 사건',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정도이고, 이마저도 절판된 상태이다.


'화려한 유괴'는 1977년 첫 출간하였고, 그 후 여러 번 새로운 판본으로 재출간 거듭한 뒤. 2020년에 완성판으로 만들어진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초기작이면서 대표작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라든지 그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는 사실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화려한 유괴'는 다행히 내가 읽은 '살인의 쌍곡선'과 함께 미스터리 애독자들의 '올 타임 베스트 미스터리'로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고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 중 베스트 5로 꼽는 작품이라고 한다.


소설은 그야말로 상식을 뛰어넘는 천재들의 '일본 전 국민 납치' 사건이 벌어진다. 어느 곳이든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인질을 죽일 수 있다고 하는 블루 라이언즈. 천재들의 요구도 기발하지만 그런 소재를 생각해 낼 수 있는 작가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본 국민 모두를 인질로 잡았다는 그들, 그러나 국민들은 자신이 인질로 잡혔다는 사실을 모른다. 당연히 모를 수밖에.... 결국 납치가 성립되지 않는 납치이다. 그래서 블루 라이언즈는 인질을 죽이는 방법으로 확인시킬 수밖에 없었고, 결국 비행기 폭발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인당 5천 엔을 돈을 보내면 인질에서 해방되어 안전해질 수 있음을 신문사에 알린다......


그 사건을 파헤지는 천재 탐정 사몬지. 열심히 발로 뛰지만 진전없는 경찰에 비해 사몬지탐정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는 예리한 판단과 추리로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천재들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간다.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천재들의 두뇌는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있듯이 천재들 위에는 천재 탐정이 있었다. 이들을 이기기 위한 방법은 단 한가지.... 그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몬지의 덫에 걸리고 그의 말대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


왜 그들은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저질렀을까? 작가는 블루 라이언즈의 입을 통해 일본 내각의 총리를 비롯한 당시 정치인들의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신랄히 비판하고 있다. 일부의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을 멋대로 배분하여 쓸데없는 다리와 도로를 만들고, 지역구 주민을 위한답시고 논밭 한복판에 유령 역을 만들었다. 또한 일본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별 쓸모도 없는 전차나 비행기, 군함 따위를 사들이는데 5천억 엔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자신의 이익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인가를 전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블루 라이언즈. 하지만 그들은 옳지 못한 방법을 택했다. 그들 역시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인간일뿐.... 천재 탐정 사몬지는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뚤어진 천재 범죄 집단이 벌인 사건과 그 사건을 파헤치는 천재 탐정 사몬지의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한번 책을 손에 잡으면 내려놓지 못할 정도로 몰입감이 최고인 작품이다. 수많은 범죄 관련 작품을 읽어보았지만, 소재에서 기발함을 보여 준 작품은 별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옮긴이의 말처럼 진짜 천재는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가 아닐까 생각에 나 역시 100% 동감을 한다. 나는 '화려한 유괴'를 통해 멋진 외모의 또 한 명의 탐정을 만났다. 사몬지 탐정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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