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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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스키 점퍼 니레이가 죽었다. 그것도 독극물로 인한 죽음. 누군가 니레이를 죽였다. 범인은 누구일까? 하지만 소설은 대놓고 미네기시 자신이 니레이를 죽였다고 말한다. 아무도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알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그에게 누군가 범인이 미네기시임을, 그리고 자수하라는 편지를 보낸다. 며칠 후 경찰서에도 같은 필적으로 범인이 미네기시임을 밝히는 편지가 도착한다. 누가 그 편지를 보냈을까? 그 편지를 토대로 형사들은 독극물의 정체를 밝혔고, 그것이 미네기시의 것임을 알아냈다. 취조실에서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미네기시. 그러나 니레이를 대신하여 세계 최고의 점퍼 뉘케넨의 기록을 따라간 쇼의 중계 방송을 보면서 반응을 보인다. 이를 놓칠 리 없는 형사들....그리고 드러나는 쇼의 놀라운 비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토록 수많은 시간을 들여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자신이 끝내 손에 넣지 못한 것을 '사이버드 시스템'이라는 것으로 다른 이들이 쉽게 얻어냈다는 사실을 미네기시는 용서할 수 없었을까? 아니면 가타오카의 말대로 니레이의 보물 같은 점프를 앞으로 나올 선수들이 별다른 노력도 없이 체득해 버린 것을 참을 수 없었을까? 니레이처럼 되기 위해 걸었던 3년이라는 시간이 한순간에 너무도 허무한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마 미네기시는 그것이 용납되지 않았으리라..... 미네기시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지만 얻지 못한 3년의 노력을 누군가 한낱 과학의 진보라 불리는 기계가 미네기시의 시간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3년의 노력으로도 니레이를 넘어서지 못한 점퍼로서의 한계를 깨닫게 되고 미네기시는 코치로서 니레이를 세계의 최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조차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버린 니레이. 니레이를 향해 불태운 자신의 청춘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분노였을까? 아니면 니레이를 시스템에 협조하게 만들고 이용한 스기에에 대한 복수심이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미네기시가 택한 방법은 결국 니레이의 살해였다. 미네기시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꼭 살인이라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는가..... 독약 트릭....미네기시는 니레이 스키 판에 약을 먹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대놓고 미네기시 자신이 니레이를 살해했다고 쉽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미네기시가 범인? 잠시 나를 헷갈리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니레이 죽음의 비밀은 후반부터 밝혀지기 시작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멈출 줄 모르는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사이버드 시스템 엘름' - 도핑으로 근육을 단단하게 키우고, 소리로 뇌에 자극을 주어 완벽한 자세를 몸으로 익히게 만드는 기술. 육체 개조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조그만 잡음에도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결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쇼는 니레이의 복사판이 되어 세계 최고의 점퍼 뉘케넨의 기록까지 따라갔다. 이것을 과학의 진보로 일컬을 수 있을까? 인간 스스로의 노력이 아닌 기계, 혹은 약물의 도움을 받아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스포츠로 인정해야 하는지....... 인간 다운 스포츠라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정말로 실행 불가능한 것일까?

끊임없이 기록에 도전하는 인간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시키고, 훈련하는 수많은 스포츠인.... 과학 기술은 분명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에도 다양한 스포츠에서 다양한 과학적 기술이 접목된 분석을 통해 선수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쇼처럼 비인간적인 형태로 인간의 몸을, 인간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것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도덕과 윤리가 존재하는 스포츠만이 이 시대가 바라는 진정한 스포츠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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