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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평점 :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살인곰 서점'의 아르바이트 점원이자, '백곰 탐정사'의 여탐정으로 활약했던 '불온한 잠'에서였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 살인곰 서점의 사건 파일 시리즈로 그녀를 만난 책은 '불온한 잠' 이외에도 '녹슨도르래', '이별의 수법', '조용한 무더위'의 총4권이 있다. 4권의 시리즈에서 활약한 하무라 아키라가 40대의 성숙한 여탐정이었다면 '나쁜 토끼'에서 활약한 그녀는 30대 초반의 여탐정이다. 작년 4권의 시리즈 책을 두 달 가까이 읽다보니 어느새 하무라 탐정에서 푹 빠졌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헤어지는 순간이 참 아쉬웠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반가울수가.... '나쁜 토끼'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나쁜 토끼'는 하무라 아키라가 살인곰 서점에서 일하기 전의 활약을 다룬 직품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20년 전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역으로 젊은 날의 하무라 아키라의 모습을 더 늦게 읽게 된 셈이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하무라 아키라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 말투, 그 행동... 그대로였다. 30대나 40대나 변함없는 그녀... 하무라는 탐정이지만 남들보다 탁월한 추리력을 갖고 있지 않다. 논리적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지도 못한다. 그저 자신에게 들어온 일들에 대해서 열심히 발로 뛰면서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 해결 과정에서 늘 다치고, 얻어 맞고.... 오히려 버는 돈보다 치료비가 더 드는 일을 하는 셈이다. 탐정이라면 때로 냉철할 때도 있어야하는데 그녀는 남을 배려하느라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거절도 못하니.... 그러나 항상 누구보다 결정적인 마지막 사건 해결의 키를 잡는 그녀이다.
가출한 여고생 미치루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하무라. 겨우 찾아서 데려가려는 순간 그녀에게 불행한 일이 발생한다. 발등이 금이 가고... 심지어 칼에 찔리는 사고를 당한다. 이런 이유로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이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치루의 친구가 행방불명. 그 여고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또다시 받는다. 단서를 바탕으로 사건을 하나하나 파헤쳐 나가다보니 의외의 사건에 휩쓸리고, 예기치 않은 일까지 발생된다. 미치루의 친구가 살해 당하고, 또 한 명의 친구도 종적이 묘연한 상태.... 심지어 하무라는 납치까지 당하는데.....
왜곡된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있는 28회 멤버들의 멘헌트는 토끼 사냥으로까지 이어졌다. 스스로 엘리트임을 자처한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어느순간부터 내면에 숨겨져 있던 열등감, 삐뚤어진 우월감 등이 용서받지 못할 일들을 저지르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상류층 자제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떠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엘리트의 윤리 의식과 책임 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보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적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셜록 홈즈처럼 탐정이라 하면 모름지기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남의 말을 잘 안듣고, 고집불통에 제멋대로.... 뭐 이런 것들이 떠올라야하는데 하무라는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뒤에서 툴툴대면서도 남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들어준다. 비록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이라는 꼬리표 아닌 꼬리표가 붙었지만 그녀가 펼치는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새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녀에게 푹 빠져드는 내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