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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은 탐정의 부재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월
평점 :

☞ 샤센도 유키의 신감각 특수 설정 본격 미스터리!
특수 설정 미스터리는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 설정한다. 즉 소설 속에 SF나 판타지, 호러 같은 요소를 도입해 현실 세계와는 다른 특수한 규칙을 설정하고, 그 규칙에 입각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미스터리이다. 평소 즐겨 읽는 미스터리추리소설에서는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는 소재이기에 블루홀식스의 이번 작품 '낙원은 탐정의 부재'는 궁금함과 기대를 갖고 읽기에 충분했다.
☞ 특수 설정과 규칙
이 소설의 특수 설정은 '천사 강림'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천사. 그 천사가 5년 전 등장하여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천사들이 인간을 심판하고 지옥으로 데려간다는 것이다. 어떻게 인간을 심판하는가? 여기에 특수한 규칙이 있다. 한 명의 살인은 허용하지만 두 명 이상 죽이면 천사가 그 사람을 지옥으로 데려간다는 것이다. 이런 특수 설정 속에서 소설의 이야기는 진행된다. 기존의 추리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특수 설정은 SF 요소라 할 수 있지만 분명한 미스터리추리소설이다.
☞ 연쇄살인사건 발생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 그 섬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섬의 주인 쓰네키의 살해당하고 저택에 남아 있는 사람은 모두 열 명. 지옥행을 걱정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발생한다면 규칙에 의해 다섯 명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살인사건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모두가 알리바이가 없다. 누구의 짓일까? 탐정 아오기시는 이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살인자는 분명 한 사람이 아니다. 천사 강림 후 누가 지옥행을 가고 싶겠는가? 처참히 몸에 달라붙은 천사에 의해 온 몸이 불타는데..... 결국 살인자는 여러 명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탐정 아오기시조차 쉽게 찾아내지 못한다. 살인자를 찾는 과정 역시 흥미진진하다.
☞ 천사 강림
천사의 강림 후 두 명 이상 죽이면 지옥행이다. 일부러 지옥행을 자처하지 않는 이상 연쇄살인사건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과연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사람들은 한 명까지는 죽여도 된다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연쇄살인이 일어나지 않는 대신 충동살인사건이 늘어났다. 신이 용납한 살인...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논리인가? 심지어는 어차피 지옥에 갈 바에는 한꺼번에 많이 죽이자는 생각으로 무차별 테러가 많이 발생했다.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 두 명 이상 살인을 저지르는 악인을 천사가 심판하여 지옥으로 데려간다고 해서 과연 세상이 정의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한 명까지 죽여도 된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하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
☞ 다시 탐정으로....
아무리 천사가 강림하여 악인을 심판하여 지옥으로 데려간다해도 천사가 심판하지 못하는 악인은 이 세상에 너무도 많다. 천사가 데려가는 것은 그저 두 명 이상 사람의 살인을 저지르는 자일뿐이다. 한 명의 살인은 허용된다는 인식. 이 인식으로 오히려 더 많은 살인이 일어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는 주인공 아오기시와 같은 탐정은 반드시 정의를 위해 필요하다.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간 동료들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그들이 정의를 위해 일했던 것처럼 아오기시 역시 정의를 위해 탐정으로서 다시 일어설 것이다. 이 세상이 평화로운 낙원이 될 때까지....
소설 '낙원은 탐정의 부재'는 천사 강림이라는 특수 설정 속에서 도코요지마섬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과 관련하여 탐정 아오기시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려나가고 있다. 천사 강림이라는 소재가 혹시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지않을까 했던 생각은 기우였다. 오히려 미스터리추리소설에서 처음 접하는 이런 특수 설정은 독자에게 새로우면서 신선함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