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파리의 노트르담 등 굵직한 작품을 써낸 작가로 한때 나폴레옹 3세에게 반대했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추방되어 19년 간을 망명생활을 했다. '웃는 남자'는 그가 파리로 돌아오기 전 해에 탈고를 마친 작품으로, 빅토르 위고 스스로 자신의 가장 뛰어난 소설이라고 평했던 작품이다.
하권은 우르수스 일행이 서더크의 여인숙 태드캐스터에서 자리를 잡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르수스와 그윈플레인, 데아는 '정복된 카오스' 공연으로 대성황을 이룬다. 이야기의 반전은 아무래도 그윈플레인이 지하취조실로 끌려갔다가 다시 나오는 장면일 것이다. 하층민이며, 어릿광대였던 그윈플레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로드(lord)의 신분이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익살광대에서 로드라는 극과 극의 신분 변화. 그것은 과거와 미래의 충돌이었다. 그윈플레인은 내면에서 깊은 폭풍우가 일렁인다. 25년 그의 삶에는 하층민들의 삶 속이 녹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온 하층민들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공통된 점을 발견하는데 바로 무지, 가난함, 굶주림, 매춘, 착취 등 불행한 삶을 살아 온 창백한 얼굴이었다.
오! 나에게 힘이 있다면 불행한 사람들을 도우련만!
하지만 나는 무엇인가?
한낱 원자 알갱이야.내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아무 것도....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를 간절히 바랐던 그는복권이 되었고 영국 상원까지 진출한다. 신이 백성들의 실상을 귀족들에게 알리게 하기 위해 자신을 심연 속에 던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의회에서 장엄하고도 가치 있는 연설을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의 말에 동조하는 귀족은 없었다. 그들의 민낯이 그윈플레인에 의해 처절하게 드러남에 부끄러워해야 할 귀족들은 희극 무대의 광대를 보듯 하나 둘 씩 웃기 시작한다. 최고의 지위를 가진 상원의원의 숭고한 연설은 결국 귀족들의 비웃음 속에 처절하게 무너져버리고 만다. 바로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얼굴이 개조된 그의 웃는 모습 때문에.... 아이러니하게 희극적 모습이 비극적 결말을 만든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