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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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이를 정말 사랑하나요?"

만약 당신이 아이를 둔 부모인데 어느 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 뜬끔없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당신의 글을 읽고 이런 댓글을 달았다면?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당연한 것인데, 누군가 부모로서의 사랑을 부정하는 댓글을 달았다면?..... 어이 없음을 넘어 얼굴을 모르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들지 않을까? 소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의 본격적인 사건은 이 댓글에서 시작되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히로인' 잡지의 편집을 맡고 있는 카에데와 딸의 옷 제작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는 블로거 다나시마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서술된다. 엄마가 아닌 아빠로서 딸의 옷을 제작하는 다나시마의 블로그의 글을 보고 거의 모든 이들이 칭찬한다. 하지만 카에데 눈에는 좋은 아빠로 비쳐지지 않는다. '딸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과시욕' 혹은 '딸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애정'으로 보인 것이다. 그리고 블로그에 '당신을 아이를 정말 사랑하나요?'라는 댓글을 단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혹시 자녀가 있으신지요?'.....

이후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서로의 글을 탐색해가며 과거의 글까지 찾아내고 거기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들을 남긴다. 자신의 삶에 관여하는 타인에게 앙갚음을 하기 시작한다. 커뮤니티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신상털기까지 벌어진다. 과연 실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를 공격해 상처를 주고, 상대를 바닥까지 떨어뜨려서 서로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이후 두 사람의 삶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결국 다나시마의 블로그 업데이트 중단, 카에데의 계정 삭제.... 그러나 이렇게 끝이 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면에 숨겨진 카에데의 과거의 그림자가 스물스물 되살아나면서 점점 그녀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여졌던 모습이 그녀의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하나 들어나는 진실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더 이상의 말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반전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나 역시도 하루에 많은 부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교류를 하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나의 글, 나의 댓글 하나 하나는 그냥 썼다가 지우개로 지우면 되는 그런 글이 아니다. 내 손을 떠남과 동시에 책임이 따르는 글이 된다. 익명의 공간이지만 거기에는 또다른 내가 있는 것이다. 비록 실체는 없지만 또다른 내가 살아서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가상 현실의 내가..... 나를 애써 포장하지 말자. 거짓된 모습으로 꾸미지 말자. 감정을 절제하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자.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다. 생각치 못한 반전이 너무도 놀랍다. 누구나 이 소설 속의 괴물이 될 수 있기에 많은 부분 공감할 것이다. 우리에게 묵직한 한 방을 안겨주는 후루타 덴의 소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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