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앤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린 모두 각자의 빨간 머리를 가지고 있다.
- 소설가 천선란
긍정의 아이콘
매슈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남자 아이를 입양하기로 매슈와 마릴라 남매. 하지만 전달이 잘못되어 빨간 머리의 여자 아이가 대신 오고, 다시 고아원으로 돌려보내려했던 마릴라는 마음을 바꿔 함께 지내게 된다. 앤과 매슈, 마릴라... 셋은 이렇게 함께 가족으로서 맺어질 운명이었나보다. 부모를 잃고 여러 집을 전전하면서 아이들을 돌봐야했던 불쌍한 처지였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해 간 앤이었기에 그런 앤의 밝은 에너지가 이 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었을까? 앤 그녀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앤과 마릴라, 매슈
어린 시절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 사물을 의인화해서 이름을 붙이는 등 앤은 남들과 다른 표현력을 갖고 있으며, 또래의 친구들보다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하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앤이 자칫 어른들이 볼 때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앤이 어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마릴라와 매슈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독신으로 오랫동안 살았던 마릴라로서는 수다스럽고, 공상 속에 빠지기 잘하고, 주의력이 부족한 앤에 대해 엄하게 교육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반면 마릴라가 부족한 점은 뒤에서 매슈가 든든하게 앤의 버팀목 역할을 해 주었다. 엄마와 같은 자상함, 앤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가 있었기에 앤이 예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앤은 마릴라과 매슈의 삶의 기쁨이 되었고, 활력소가 되었다. 이렇게 세 사람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어 갔다. 자식을 낳아서 길러보지 못한 매슈에게서 우리는 오히려 부모다움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행복해지는 이야기
우리나라에서는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이 1985년에 방영했다고 한다. 그 시절이면 나는 분명 어른인데도 거의 빠짐없이 '빨강머리 앤'을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빠져들게하는 매력이 분명 '빨강머리 앤'에는 있다. '앤'이라는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주근깨 투성이의 동그란 눈을 가진 앤의 모습이다. 마음껏 상상하고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앤을 보면서 같이 행복해하고, 역경이 닥치면 같이 슬퍼하면서 그녀만의 긍정의 마음으로 그 역경을 딛고 일어나기를 바라게 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앤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게 되는 것이다. 앤은 바로 '나'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는 앤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호기심도 많고 관심이 많다는 것과 연결이 된다. 앤의 상상력은 자유로운 사고의 원동력이 되었고, 자연스레 공부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라이벌인 길버트와 경쟁을 하면서 교사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 끝에 우등생이 되고 대학 진학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매슈의 죽음으로 앤은 자신의 진로를 우회하게 되지만 앤은 섭섭해 하지 않는다. 대학 진학의 꿈이 멀어져갔지만 실망하거나 죄절하기보다는 앤다운 긍정적인 사고로 멋지게 한고비를 넘어간다. 그런 점이 독자들이 앤에 빠지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현실 도피가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현실을 대처해가는 앤, 절대 무너지지 않는, 오뚝이 같은 앤을 우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