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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평점 :

한마디로 '기만의 살의'는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작다운 묵직한 작품이다. 소설의 핵심적인 내용은 니레 가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 중심이 된다. 1966년 니레 가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하여 2008년 니레 가의 마지막 남은 생존자인 하루시게와 도코의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가 된다. 니레 집안의 당주였던 이이치로의 오칠일에 이 집안의 장녀 사와코와 손자 요시오가 독살되었다. 누가 이 두 사람을 죽였을까? 이렇게 사건은 니레 가문의 두 사람이 독살되면서 시작된다.
미스터리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문장 하나하나 허투루 읽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등장 인물을 의심하면서 보게 되며, 혹시 모를 트릭이 어디에 숨어있을지 생각도 이곳저곳 살펴보면서 읽는다. 이번 작품 '기만의 살의'는 책 띠지에 아예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문장 한 줄, 단어 하나, 심지어 문체와 형식까지 모든 것이 트릭이다!" 어떤 트릭이 숨어있을까? 미스터리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기전부터 호기심이 잔뜩 일으킬만한 문구이다.

변호사인 주인공 하루시게는 두 사람의 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정황이 자신에게로 향한 이상 더 이상의 부정은 오히려 사형이라는 판결이 내려질 수 있기에 그는 거짓 자백을 하고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무려 40년이 넘도록.....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하루시게는 결국 2008년 감옥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고 니레 가의 마지막 생존자 도코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 소설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편지이다. 하루시게가 도코에게 보낸 편지가 3통, 도코가 하루시게에게 보낸 편지 2통 총 5통의 편지.... 소설의 많은 부분을 편지에 할애한만큼 우리는 그 편지들을 문장 한 줄, 단어 하나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어떤 내용이 트릭일까? 어떤 트릭이 숨어있을까? 머릿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읽을 수밖에....
편지 내용속에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두 사람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누구를 감싸기 위한 거짓 자백이었을까? 도코 역시 하루시게가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다. 40년을 넘게 범인으로 몰려 죄도 없이 감옥에서 보낸 하루시게 입장에서 볼 때 진범을 꼭 찾고 싶었을 것이고, 니레 가를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는 처제 도코에게 의견을 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독살 사건의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에서는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범인이 누구일까에 대한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다.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범인을 좁혀간다. 문장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문장 하나하나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반박하면서 범인을 찾게 된다.
그런데 왜 그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자살을 선택했을까? 자살을 할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가 있을까? 이 모든 수수께끼는 그들이 죽은 후 또다른 편지 속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만다. 소설이 끝날 때까지 안심하면 안된다. 반전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기만은 누구에 대한 기만일까? 하루시게를 향한 기만일지 도코를 향한 기만일지 아니면 독자를 향한 기만일지...... 책을 덮을 때 즈음 세상을 기만한 하루시게에게 뒷통수를 맞았지만 오히려 그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