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읽어 본 책은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이다. 이 작품은 토마스 만의 가장 자서전적인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토마스 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소설로 작가로서의 고뇌, 이상적 작가상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토니오 크뢰거는 대사업가이자 영사인 크뢰거의 아들임에도 고독함을 느끼고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느낌을 갖는다. 열네 살 토니오 크뢰거는 자신과 다른 기질을 가진 동급생 한스 한젠에게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한스를 보고 절망감을 느낀다. 열여섯 살의 토니오 크뢰거는 금발의 잉에보르크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무관심하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금발 머리에 파란 눈을 가졌다. 하지만 외탁을 한 토니오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지녔다. 그래서인가? 그는 어린 시절 늘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느끼며 살았다. 책 내용에서 언급되었듯이 그는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름 조차도 금발 머리에 파라 눈을 지닌 북부 독일의 그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토니오는 그들과 다른 뛰어난 예술가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늘 두 개의 세계 속에서 방황했던 토니오였다.
그의 가문이 서서히 몰락하고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고향을 떠나 남부의 대도시로 간다. 그곳에서 작가로서 본격적인 작품을 쓰기 시작하고 러시아의 여성화가와 친구로 지낸다. 그녀는 토니오를 '길을 잃고 헤매는 시민'이라 말한다. 토니오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어느 마을에 댄스파티에서 다시 보게 된 한스와 잉에보르크. 그러나 이들은 토니오를 알아보지 못한다. 토니오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흐느껴 운다.
그를 이방인으로 내몰았던 것은 한스도, 잉에보르크도 아니었다. 예술가로서 성공한 토니오였지만 그에게는 시민적인 사랑이 없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런 사랑이 배제된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토니오는 황폐해지고 빈곤해지고 기진맥진해지고 번민하느라 병들어 버린 자기 자신을 보고 흐느껴 운 것이다. 끝없이 예술가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했던 토니오는 리자베타에게 편지를 쓴다.
오랜 시간을 두 세계의 경계선에서 아웃사이더로 절망과 고독한 삶을 살았던 토니오. 물론 그것은 토니오가 예술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양극의 상반된 기질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예술적인 것도 인간적인 것과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 상보적인 관계를 이루었을 때 숭고한 예술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인간적인 것, 생동하는 것, 평범한 것에 대한 시민적 사랑을 갖는 예술가로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