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 MIDNIGHT 세트 - 전20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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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주옥같은 세계문학 중단편을 모아 noon 세트 10권과 midnight 세트 10권을 출간하였다. 오늘 읽어본 작품은 세계적으로 너무도 유명한 작가 프란츠 카프카, 그리고 그의 대표작인 '변신'이다. 1916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레고르 잠자는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갑충으로 변하였음에도 출근 걱정을 한다. 그러나 그의 모습을 본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에게는 혐오감을 줄 뿐이다. 그레고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죽고 만다.

혼자 열심히 일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그레고리를 고맙게 생각했던 아버지, 엄마, 여동생은 벌레로 변신한 그를 보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 이런 그를 처음에는 돌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가족들은 지쳐간다. 그에 대한 애정이 사라져갔고, 증오심, 적의까지 깃들인 행동을 하지만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 이후에 가족에 대한 걱정과 애정을 변함없이 갖고 있다. 여동생의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방을 나온 그를 하숙인들이 발견하게 되고 자신을 내쫒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도 여전히 가족들을 사랑하는 그레고리. 그리고 가족을 위해 자신이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결국 그는 벌레의 모습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 죽고 마는데 가족들의 반응은 슬픔보다 후련함이었다.

벌레로 변해 하루아침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그레고리. 사람이 벌레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벌레로의 변신은 무엇을 의미할까? 벌레는 은유이다. 그레고리는 벌레가 된 후 경제적인 활동은 물론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심지어 가족은 그런 그에게 냉대를 가하고, 그가 죽은 후에는 기뻐하며 인생의 새로운 희망을 느낀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모두 그레고리가 죽어 없어졌으면하고 바란다. 결국 물질만능주의 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고 싶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그레고리 같은 소외된 존재가 벌레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본다면 벌레 같은 인간은 실제 누구인가? 외연이 벌레이지만 내면에는 인간적인 사랑을 끝까지 갖고 있는 그레고리가 벌레인가? 아니면 생계를 책임졌던 아들이, 오빠가 벌레가 되어 무능해지자 점점 그를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고 끝내 비정하고 잔혹하게 변해버린 가족들이 벌레인가? 던진 사과가 그레고리의 몸에 박혀 그레고리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아버지와 엄마, 여동생 모두 그레고리를 벌레의 혐오스러운 모습보다 이제는 더이상 경제적으로 가족을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과 앞으로는 그 벌레를 보살펴야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끝내 비정하게 변해버린, 결국 끝까지 인간의 내면을 간직한 그레고리의 죽음에 기뻐했던 그들이 진짜 벌레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사람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린 요즘의 현실을 생각할 때 더욱 카프카의 '변신'이 주는 의미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인간이라는 존재보다 돈이 우선시되는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간 소외적인 문제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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