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샤일록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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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야."

전설의 채권 회수맨인 야마가가 주인공 유키에게 한 말이다. 세상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속물같은 인간이라는 인상을 주는 야마가에게는 샤일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의 이름이다. 야마가가 그토록 무자비하고 비정하고 독선적인 사람이라는 말일까?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섭외부로 인사발령이 난 유키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상사인 그가 채권을 회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키의 생각은 점점 바뀐다. 전략과 타이밍과 실행력으로 채권을 회수하는 야마가에게서 은행원으로서 강한 긍지를 갖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채무자에게 원망의 소리도 듣지만 감사의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는 것도..... 그러나 그런 야마가가 어느날 칼에 찔려 죽는데.....

"꼭 제대로 된 은행원이 되어주세요."

언제나 믿고 읽어보는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작품들. 이번 '웃어라, 샤일록'은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금융 미스터리이다. 주인공 유키가 상사 야마가가 맡았던 부실 채권 회수 업무를 그대로 맡겠다고 한다. 아마도 그를 따라다니면서 배웠던 것들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를 속물로 취급했던 자신이 어느순간 존경하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을 것이다. 죽은 야마가의 부친은 유키에게 당부한다. 꼭 제대로 된 은행원이 되어주세요.....

유키가 만나는 다채로운 직업을 가진 채무자들. 전직 국회의원, 종교단체 관장, 회사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장.... 모두가 분명 은행돈을 빌렸음에도 갚을 돈이 없다고 배째라한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여 멋지게 채권을 회수하는 유키. 채권 회수 방식도 야마가를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몰아넣고 몰아넣은 끝에 퇴로 하나를 남겨두고 그곳을 찾아가게 하는 점이 닮았다. 이 소설의 재미를 주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런 장면들이다. 유키 앞에서 빈정대던 그들은 마지막에 결국 유키에게 지고 만다. 아니 유키는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안내하고 이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것이 야마가와 유키 스타일의 채권 회수 방법일 것이다.

"누가 야마가를 죽였을까?"

상환 능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채무자를 찾아가 상환을 요구하는 야마가는 그들에게 지옥의 악마같은 존재였을까? 누가 야마가를 죽였을까? 분명 야마가를 원망하는 사람의 짓이리라. 채무자 중에는 야쿠자도 있다. 그렇다면 상환 독촉을 하자 홧김에 그를 죽인 것일까? 야마가가 맡았던 부실 채권 업무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유키는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범인.....

"샤일록 유키"

샤일록이라는 별명이 야마


가에 이어 유키에게도 붙었다. 샤일록은 무자비한 고리대금업자의 이름이지만 유키에게는 그 어떤 별명보다 기뻤을 것이다. 더욱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 야마가에게 붙여졌던 별명이었기에 아마도 유키는 최고의 찬사로 들었을 것이다. 오늘도 유키는 제대로 된 은행원이 되기 위해 회수불능의 인간들을 찾아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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