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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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느끼함이다. 뭐 고소함도 있을 수 있고, 향긋함도 있을 수 있는데 느끼함이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아마도 사람을 음식으로 비유할 때 쓰인 버터라는 말 때문일 것이다. 나같이 연식이 오래된 사람에게 '버터'같다라는 표현은 느끼하다라는 의미였으니까(나만의 생각인가?)......

하여튼 이 책을 접했을 때 '버터'라는 제목과 남성 연쇄 살인사건을 담고있는 미스터리물과의 연관성이 금세 떠오르지 않아 갸우뚱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쳐나가는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여기자 리카가 수감된 가지이를 만나면서 '버터'라는 매개물을 통해 자신을 짓눌렀던 것들에 대해 자유로워지는 심리 과정을 세밀한 필체로 묘사하고 있다. 남성 연쇄 살인사건의 피의자 '가지이 마나코'라는 인물이 미스터리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버터'를 미스터리물로 보기에는 조금은 지나치고 대신 '음식'을 통한 인간 관계 회복을 이야기한 소설로 생각하고 싶다.

실제 2009년 일본에서 있었던 일명 '꽃뱀 살인사건'이라 불리는 범인 기지마 가나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는 '버터'. 소설 속 인물 '가지이 마나코'는 세 사람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결혼을 미끼로 많은 남자들에게 1억엔이라는 돈을 갈취했다. 가지이는 젊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심지어 상당한 몸무게를 갖고 있다. 리카는 그녀의 취재를 맡으면서 많은 것이 바뀌어 간다.

과연 그녀가 세 사람을 죽였을까? 리카는 그녀를 취재하면서 연쇄살인사건의 내막을 그녀의 입에서 들을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얻는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마시길...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어느순간 맛있는 버터 요리에 입맛을 다시게 되고, 가지이를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리카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음식에 관심이 없고, 건강에 좋은 것만 골라먹고, 몸매 관리에 신경쓰고, 밤에는 가능한 먹지 않는 리카였다. 가지이를 취재하면서 고급 버터를 사서 간장밥을 해먹고, 버터를 넣은 라면을 먹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먹으면서 자신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마음껏 먹겠다는 리카로 변한다.

가지이에 대한 태도로 바뀌어 간다. 리카는 그녀의 주변 남자들처럼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숭배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평생을 동성의 친구도 없이 외로웠던 그녀의 본 모습을 보게 되었으며, 가지이 이야기를 연재한 자신을 한순간에 거짓말쟁이로 만들면서 무참하게 부서뜨린 가지이를 보면서 세 남자도 자신과 같은 감정의 흐름과 충격을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지이는 타인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자기 욕망대로 살았던 것이다.

여기자로서 성공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리카에게 찾아온 충격. 그러나 리카는 스스로 말한다. '난 가지이의 피해자와 다르다...' 그녀는 스스로 일어났다. 그리고 음식을 먹는다. 친구 레이코와 뷔페에도 간다. 그리고 새로 집을 구입하고 가지이가 열렬히 원했지만 얻지 못했던 친구들을 초대해 버터를 듬뿍 바른 최고의 칠면조 요리를 대접한다. 이제부터 리카는 고독하지 않을 것이다. 독창적인 레시피까지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을 정도로 지금보다 더 넗은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삶을 살 것이라 확신한다. 마치 녹은 버터가 음식을 감싸 더욱 맛있고 풍미있게 만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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