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책으로 읽었던 때가 언제였더라... 아련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으로 만든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로 만나게 되어 정말이지 오랜만에 다시 읽어본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뮤지컬이나 영화로도 만들어졌을 정도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책이라 내용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다 알 것이라 생각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나왔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역시도....

지킬 박사는 해리성 장애를 안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당시에는 해리 장애라는 의학적인 용어가 사용되기 전이라 지킬 박사와 같은 이중 인격자가 과연 현실에도 있을까 생각하면서 읽었었다.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이미 '보물섬'으로 성공을 거둔 후에 지어진 작품이라 그런지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단순히 공상적인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며 읽을 수밖에.... 그러나 요즘에는 공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엄연히 지킬 박사와 같은 다중인격의 해리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핸리 지킬의 진술에서 지킬은 말한다. '나는 이중인격자이기는 하나 결코 위선자는 아니다. 내 이중성 어느 쪽이든 극도로 진지하기 때문이다.' 지킬의 이중성은 그가 언급했듯이 밝은 빛 속에서 지식을 넓히고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지킬과 절제심을 버리고 치욕 속으로 뛰어드는 또하나의 지킬을 말한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내면의 인자들을 분리하고자 지킬은 결국 자신이 조제한 약을 먹고 완전히 새로운 피조물인 하이드를 만들어냈다. 순수 악의 존재인 하이드.....

자기중심적이고 무자비한 하이드의 악행이 계속되고 약이 없이도 하이드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 거기에 점점 지킬의 선한 모습이 아닌 유해한 악의 모습 하이드가 원래 자신의 본성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느낀 지킬... 선한 자아를 선택했지만 또다시 그는 도덕적으로 나약해지고 약을 먹는다. 그리고 지킬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인간의 본성을 성선설과 성악설로 연결지어 잠시나마 생각해 본다. 선과 악이라는 본성은 인간의 내면에 내재된 것들이기에 사실 둘을 구별해 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킬처럼 선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나'와 하이드처럼 쾌락적이고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나'를 모두 가지고 있다. 잠재되어 있는 이 두 본성이 결국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지킬이 될 수도, 하이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킬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우리의 모습을 대변한 인물이다. 선과 악이라는 대립적인 내면의 인자들을 분리하면서 만들어진 하이드. 자신의 만들어낸 피조물 하이드의 잔인함과 난폭함에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지킬. 점점 악으로 변할지 모르는 자신이 두려워 선을 선택. 하지만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약을 먹는 지킬. 이런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마음 속에는 지킬과 하이드처럼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한다. 조금은 오싹한 표현이지만 누구나 하이드와 같은 악인의 모습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악의 끊엄없는 유혹 속에서도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도덕적 양심과 판단에 의해 악을 누르며 살아가는 것이다. 도덕적 판단이 흐려졌을 때 하이드는 언제든 불쑥 튀어나와 추악한 모습을 드러낼 것임을 알기에 오늘도 내 스스로를 성찰해보고 하이드에 의해 지배당하는 지킬이 아닌, 하이드를 다스릴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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