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유괴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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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장애를 앓고 있는 가나에가 엄마가 잠깐 가게에 들른 사이 사라져버렸다. 가나에 있었던 자리에서 발견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인쇄된 그림 엽서. 이것만이 단서이다. 도무지 어떤 이유로 가나에를 유괴했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가나에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엄마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 즉 백신 부작용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가나에 엄마 아야코는 블러그를 통해 딸의 투병 일기를 올리고 있다. 자연스레 그녀는 백신 부작용을 사회에 알리고 고발하는 사람이 되었다. 혹시나 그녀의 이런 행동을 눈엣가시로 보고 있는 백신 관련 관계자들의 짓일까도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백신 접종에 앞장선 산부인과협회장 딸인 아미까지 유괴된다.....그리고 다시 국회의원 앞에서 연설했던 다섯 명의 피해자 소녀까지 유괴......

'하멜른의 유괴마'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어린 소녀들을 유괴한다. 그리고 그가 남긴 그림 엽서..... 얼마 전 읽은 '일곱 색의 독'에 등장했던 이누카이 형사가 등장하여 유괴범을 쫓는다. 두 소녀를 납치 후에도 몸값을 요구하지 않는 유괴범. 일명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누카이 형사와 아스카 여형사는 유괴범의 실체 파악에 고군분투한다. 유괴범이 누구인지 전혀 추리할 수 없는 가운데, 오히려 돈 가방을 들고 뛰고...결국 70억엔이 '피리 부는 사나이' 수중으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독자인 나 역시도 이누카이 형사처럼 범인이 누구인지 좀처럼 추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누카이 형사는 조그만 단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의 빛나는 촉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이누카이 형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다혈질의 파트너 여형사 아스카와 삐그덕대던 것도 잠시, 힘든 상황이 되자 두 형사는 기지를 발휘하여 범인을 찾아내고 만다. 이누카이 형사도 아픈 딸을 두고 있는 아버지로서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녀들과 그의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래서일까. 인정사정 없는 SAT 대원들에 의해 저격될 가능성이 높은 유괴범이 투항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느낌이랄까? 그의 인간적인 매력도 돋보였던 장면이었다.

이 글의 재미는 뭐니뭐니 반전이 있는 결말이다. 스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쓰지 않겠다. 직접 읽면 왜 나카야마 시치리를 반전의 제왕이라 부르는지 알게 될 것이다. 예기치 못한 결말에 놀라움을 느끼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피리 부는 사나이'의 마음이 가슴에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일본사회의 이면을 통렬하게 고발한 소설 '하멜른의 유괴마'.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코로나 19 확산으로 백신 접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백신 부작용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면서 내 주변에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런 마음에서 읽어서인지, 아니면 부모의 입장에서 읽어서인지 이 소설에서 다룬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그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성, 제약회사, 산부인과협회의 유착과 횡포가 과연 사라지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우리 모두가 '내 딸만 아니면 돼.'라는 이런 생각을 버리고,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목소리를 밖으로 낸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건강해질 것이라 확신하며, 강추하는 소설 '하멜른의 유괴마'의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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