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혹의 죽음과 용도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6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자신의 이름에 영예가 깃들기를 바라는 사람. 그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죽음으로써 이름의 영예를 지킬 수 있다면 서슴 없이 죽음을 택할 것이다. 바로 그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마술사 '아리사토 쇼겐'이다.

사이카와 교수와 제자 모에가 펼치는 추리는 여느 탐정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범죄를 다루는 형사도 아니고, 탐정도 아니다. 오로지 냉철한 이성으로 상황 판단을 하고 논리적인 결론을 추출해 낸다. 지극히 이공계 다운 발상이다.

세 명의 살인 사건에, 마술사 아리사토 쇼겐의 유해가 사라진 사건이 발생하지만 경찰도 전혀 손을 대지 못한다. 경찰 조차도 대학생인 모에의 추리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 독자인 나도 도무지 누가 범인인지를 추리할 수도 없었다. 다만 사이카와 교수는 이 일에 전혀 흥미가 없다는 말을 하지만 뭔가 범인을 추리해 낸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누가 아리사토 쇼겐을 칼로 찔렀을까, 무슨 이유로 살인을 했을까, 쇼겐의 시신을 어떤 방법으로 사라지게 만들었을까, 누가 쇼겐의 시신을 갖고 갔을까, 누가 빌딩 폭파와 함께 탈출한 미카루를 죽였을까...... 모에, 사이카와 그리고 독자가 추리해야 할 내용들은 대략 이런 내용들이다. 모에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서 관찰한 결과 살인이 일어날 수 없는, 유해가 사라질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에서 어찌 독자가 이 많은 의문점에 대해 추리할 수 있겠는가? 뭐 그냥 범인을 찍어보는 수준?

다키노가이케 녹지공원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나 영결식에서의 유해 소실 사건은 아리사토 쇼겐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생일대 최대의 탈출마술을 보여 준 것이다. 누구보다 마술사 아리사토 쇼겐이라는 이름을 끝까지 명예롭게 지키고자 했던 한 남자. 평생을 음지에서 있으면서 오직 아리사토 쇼겐이라는 이름의 영예를 위해 목숨까지 버린 남자.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제각각 다르다. 아마도 아리사토 쇼겐에게 있어 인생의 목표는 대중들이 마술사 아리사토 쇼겐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아리사토 쇼겐은 영결식에서 살아 생전의 목소리를 참배객들에게 들려준다.

"여러분이 내 이름을 마음속으로 외치면 어떠한 속박에서도 도망쳐 보이지. 한 번이라도 내 이름을 부른다면 어떤 밀실일지라도 탈출해 보이마. 난 기필코 탈출한다. 그게 내 이름이니까....."

오롯이 아리사토 쇼겐이라는 마술사로서 자신의 삶을 바쳤고, 그 이름의 영예를 위해 마지막 남은 것까지도 활활 불살랐던 한 남자의 삶이 책을 덮는 순간 가슴 뭉클하게 다가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술 만큼이나 큰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는 소설이 바로 '환혹의 죽음과 용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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