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2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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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길산은 장길산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분의 차별로 한없는 설움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는 커녕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살았던 헐벗은 민초들의 이야기이다. 2권에서는 또 어떤 인물을 만나게 될까? 운부 대사는 조선 불교의 나태한 전통을 바꾸려 하는 인물이다. 민초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살피고, 민초들과 더불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운부 대사가 등장한다. 그는 길산이로 하여금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스스로 깨우치게 해 주는 인물이다.

 

해마다 봄가을로 부역에 시달리고, 환자 갚기가 늦든지 세포 바치는 것을 미루든지 하면 느닷없이 잡혀가 옥에 갇혀 굶주리고, 이놈 저놈에게 천대받구 능멸이나 당하며 살았지요. 차라리 산속의 적당이나 대처의 돈 많은 상놈들은 이따위루 살지는 않습니다. 그저 약하구 용기없는 놈들이나 소처럼 미욱하게 살구 있단 말이우

 

소금장수 강선흥이 집을 떠나면서 한 말이다. 흉년이 들기나하면 굶어죽어 나가는 백성은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서는 도적이 되어 사는 방법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도사공 우대용이 탐욕에 눈이 어두운 강주인을 혼내주지만 역으로 당하면서 천수, 석서방, 모신, 대용은 자연스레 수적질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누가 이들를 이런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헐벗고 굶주리는 백성이 들끓고 있지만 집강 동춘만 같이 자신의 욕심만 채우는 사람도 있었다. 오직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위의 권력에 아첨하고 아래 백성을 짓밟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앞에서 민초의 목숨이란 벌레보다 못한 것이었다. 길산이는 그런 민초들을 눈으로 보았고, 그들을 구했고, 이 나라를 바로잡으려 한다. 그가 만나서 인연을 맺은 인물들은 하나같이 죽기 직전의 위기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조선 숙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장길산은 민초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갔으며, 그들이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처절한 외침을 그려내고 있다. 최고 위치에서 나라를 이끌어 갔던 양반의 모습은 당파싸움으로 얼룩져 있었다. 남인과 서인의 권력 다툼에 희생되는 것은 민초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민초들의 이야기는 읽을수록 서글퍼진다. 그들의 이야기가 3권에는 어떻게 펼쳐질까 궁금해하면서 3권의 이야기 속으로 바로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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