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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1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장길산! 그 이름은 이미 오래 전에 누구의 아들로서가 아니고 우리네 민초를 상징하고 대변하는 이름으로 우리네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다. 12권의 장길산이 이번에 특별합본호로 4권 출간되었다.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민초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 장길산의 이야기를 나도 모를 미안한 마음을 갖고 첫장을 넘겨 본다.
종년이 나은 자식은 언제나 종년이 되고 또 그 자식도 종이 아닙니까? 하물며 사람의 혈육지정까지 끊게 만드는 이따위 세상을 어찌 살게합니까?
그네들의 설움과 울분이 이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신의 삶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한세상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아무리 자신들이 몸부림쳐도 눈 앞에 있는 단단하고 높은 성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알고 그곳을 벗어날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겁을 먹고 포기한 사람들이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어쩔 도리가 없어서, 목숨이 붙어있으니 먹고 살아야하니까 설움과 차별, 인간 이하의 대접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면서 살았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도 길산의 생모처럼 만삭의 몸으로 주인집을 도망쳐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성벽을 부수려 두드리는 사람도 있다.
도망치던 노비의 자식을 광대패 장충이 손으로 받아내면서 그 아이는 장충의 아들, 길산으로 살아간다. 재인말 광대패로 살아가는 길산의 행보는 무더리 장터에서 이미 그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를 말해주는 듯하다. 평생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게 될 여인 묘옥과의 만남. 그리고 평생의 동지 박대근을 만나동업을 하면서 감동을 만나게 된다. 신복동이라는 몹쓸 놈을 혼내는 과정에서 우대용을 만나지만 이들 모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른다. 참수형의 위기에 빠진 길동은 그곳에서 설움 받는 백성의 삶을 스스로 깨우치고, 살아나면 앞으로 세상을 알고 지혜를 갖추어 진실로 강한 사나이가 되리라 결심한다.
길동이 참수되었다는 소식은 묘옥과 사랑이 어긋나게 되고, 묘옥은 여환의 도움으로 살기로 결심하지만 안성 사당패에 끼여 재인말을 떠난다. 이제 그들은 보금자리마저 잃게 될 위기에 놓인다. 장길산의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인 김기, 소금장수 강선흥도 만나게 된다. 학선이네 패거리들이 금부도사 행차를 하고 혼내주는 장면은 속이 후련했다. 권력에 쩔쩔매는 인간들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어찌 통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길산은 봉순과 혼례를 올리고, 박대근, 김기, 이갑송, 우대용, 마감동, 오만석, 강선흥, 장길산은 탑고개에서 형제의 의를 맺는다. 운부 대사를 찾아가는 길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길산이 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펼쳐질 앞으로 일들이 몹시 궁금해진다. 묘옥을 향한 이경순의 사랑은 결국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그토록 사랑하는 여인 묘옥은 이미 죽은 사람인 길산을 아직도 가슴에 품고 산다. 그토록 지고지순한 경순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묘옥이 안타깝다. 2권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몹시 궁금해지면서 2권을 집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