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서평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이 세상 익명의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찬란한 헌사! '아버지에게 갔었어'

오랜만에 신경숙 작가의 신간 소설을 만났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느꼈던 생각이 비슷해서였을까. 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늘 나에게 묵직한 무게를 안겨주면서도 차분히 빠져들게하는 매력이 있어 좋다. 이 세상 익명의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찬란한 헌사! '아버지에게 갔었어' 역시 나의 마음 한 구석에 묵직한 한방을 안겨주었다.

졸지에 부모님을 연이어 여의고, 어린 나이에 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먹고 살아 갈 것을 걱정해야만 했던 아버지는 어느덧 늙어 등이 굽고, 병으로 마음과 몸까지 다친 채 남아 있는 생을 정리하고 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오직 자식들 배는 굶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몸이 부서져라 일하시고, 당신의 못배운 한을 물려주지 않기위해 자식만큼은 빚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대학공부를 마치게 했던 우리 아버지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마음으로 키운 자식들이 부모 마음의 십분의 일만 알아줘도 좋으련만 자신이 이룬 가정을 일구는데 부모의 마음까지 헤아릴 여력이 없단다... 그래서 부모님은 자식들 힘들까봐, 짐이 될까봐 정작 당신들은 아파도 참고만 살아가신다.....

열 손가락 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소냐. 그래도 여러 자식들이 있다보니 어느 한 자식은 마음 속에 서운함을 품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마음까지도 다 알고 헤아리고 계시다. 다만 표현하는 법을 몰라 겉으로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인 것을..... 장남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비록 한글을 제대로 못 쓰시지만 그럼에도 그 편지 속에 담겨있는 아버지의 마음이 무엇인지 느껴지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당신 스스로를 위해 살았던 적이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아버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외아들이셨던 할아버지의 장남으로 사시면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동생들을 거두고, 또 자식들 앞에서 평생을 게으름이란 것을 보이지 않으셨던 나의 아버지. 사진 속의 숱 많던 멋진 남자였던 우리아버지는 이제는 다리에 힘이 풀려 걷다가 휘청하시는 일이 잦고, 심지어 넘어지시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식들 걱정할까 파스 붙이시는 것으로 마무리하시는 우리아버지.... 남들보다 각별하게 부모님을 챙긴다고 하지만 어디 부모님 마음을 따라가겠는가...

담담히 이 글을 읽어나갔다. 나의 아버지 모습이 오버랩되기에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당신에게 남겨진 소중한 것들을 자식과 평생 고생한 아내에게 남겨준다는 말과 전해 줄 말을 딸에게 적게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살아냈어야.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냈어야..... 나는 마지막 이 구절을 읽고 여태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