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소설 대환장 웃음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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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게 웃긴다! 천재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환장 웃음시리즈 제2탄

독하게 웃긴 12개의 단편 이야기로 구성된 독소 소설. 제목만큼이나 지독하게 웃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만 읽다가 대환장 웃음 시리즈를 접했을 때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니 이제는 유머 소설 작가로 명함을 바꿔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제1탄 괴소 소설을 통해 지독한 웃음을 선사하더니 이번 독소 소설에서도 독한 웃음을 선보이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속의 웃음은 사회 비판적인 모습을 보일 때 더욱 독한 웃음을 주고 있다.

가장 독소 소설다운 이야기는 뭐니뭐니 1편에 등장하는 '유괴 천국'과 '에인절'이다. 손자와 놀아주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할아버지. 친구들이 제안한 손자 유괴. 일반적인 금액의 몸값을 요구하는데 자신의 아들의 몸값이 1억엔 값어치밖에 안되는 것에 분해하는 딸의 모습도 어처구니 없거니와 손자와 유치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을 유괴해서 하루라도 부모의 지시에서 벗어나 실컷 놀게 하려했던 의도와는 달리 부모나 교사의 지시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최고가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을 내뱉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일본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니까.....

남태평양 작은 섬에서 발견된 생물 에인절. 인간에게 사랑받는 애완동물이 되었다가 식재료가 되었기도 했다. 국제 사회에서는 에인절을 특별보호 동물로 지정했다. 그러나 에인절이 전자부품회사의 IC 기판을 갉아 먹는 것을 발견. 에인절이 석유화학제품을 즐겨먹는 것을 알았고 결국 유해 동물로 간주....그런데 방사능 제거제를 뿌린 지역에서 에인절이 사라지고 나니 또 에인절을 보호해야한다고 난리들.... 국내든 국제든 정책이라는 것이 오락가락... 소신껏 삽시다.

'핸드메이드 사모님'은 남편의 직장 상사 아내가 주도하는 티파티에 참여하는 부하 직원 아내들의 고충이 나온다. 솜씨 엉망인 상사 부인. 그럼에도 겉으로 좋다, 맛있다, 최고다를 연발하는 부하 직원의 아내들... 그 자리를 얼마나 피하고 싶었을까... 상사 부인이 나눠준 김치를 죄다 버리려고 봉지에 담아 쓰레기차를 기다리다 만난 아내들의 모습과 자신을 두고 뒷담화하는 것을 도청기로 들은 상사 부인이 입에 거품을 문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독소 소설에 나오는 소재들의 공통점이라면 인간의 심리에 관한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살의 취급 설명서', 평소 남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대화에도 제대로 끼지 못하는 사람이 살인사건 용의자의 용모를 증언함으로써 범인을 검거하게 되고, 그 일로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게 되지만 만약 그의 증언이 잘못되었다면?........ '유괴 전화 네트워크'는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식으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유괴한 범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요구하는데.... 그런데 그것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면?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웃기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낸 우스운 장면이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머 소설도 꽤나 재미있다. 그냥 한번 웃고 흘리는 웃음이 아니라 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웃음. 씁쓸함이 묻어나는 웃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발견. 제3탄과 제4탄은 우리에게 어떤 웃음을 선사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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