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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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는 고등학교 재학 중인 스즈키 루리카가 쓴 소설이다. 이미 열네 살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어린 작가의 작품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깔끔하다.

주인공 하나미는 아빠 없이 엄마랑 단둘이 산다. 가끔씩은 하나미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살짝 지나갈 때가 있지만 구김살 없이 밝게 살아가고 있다. 일본 소설에서 흔하게 보여주는 이지메로 불리는 왕따나 학교 폭력과 같은 내용이 전혀 없어서 기분 좋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엄마의 엄마는 하나미에게는 할머니다. 할머니가 살아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연립주택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엄마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자신의 할머니라 말한다.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는 참으로 이상야릇하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돈을 매달 부치고 있었고, 할머니는 그 돈을 받으러 하나미가 살고 있는 집으로 막무가내로 들어온다. 무섭기까지한 할머니. 하나미가 그렸던 자상한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다.

할머니는 엄마를 여러차례 버림으로써 엄마가 죽기 전에는 용서하지 못하는 그런 관계가 되었다. 그러나 천륜이 맘대로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엄마는 밖에서 음식을 먹는데도 할머니를 위한 부드러운 돈가스를 사서 들고갔다. 그리고 엄마의 기억 한구석에 할머니가 포장마차에서 팥 떡을 사준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끊을 수 없는 인연.... 겉으로 보이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님을......

이 글에는 겐토의 비밀스럽고도 안타까웠던 중학교 시절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 상처 받은 마음을 고이 접고 자신의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나미의 초등학교 6학년 짝꿍 미카미. 미션 기숙 학교에 입학 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 그러나 아직 어린 중1답게 흔들리는 의지가 귀엽게만 느껴진다. 신앙의 길로 갈 것인가, 다나카의 사랑의 마음을 키울 것인가 갈등하는 모습이 귀엽다.

마지막 '오 마이 브라더'는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였던 기도와 기도의 형 이야기이다. 흔적없이 사라진 형. 아무 이유도 없기에 사라진 형. 남은 가족은 전혀 형이 가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겨진 가족의 고통. 악몽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기도 선생님은 형의 가출 후 오컬트 세계에 빠져들었던 것이었다. 오컬트를 믿는 것이 곧 형이 살아오리라는 사실을 믿는 것이었기 때문에....기도 선생님은 결국 형을 만난다. 어떤 모습일까.....

고등학생의 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담백하고 순수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몇 년 후 스즈키 루리카의 소설을 읽게된다면 아마도 훨씬 더 깊이있고, 성숙한 글을 읽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믿고, 멋진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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