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의 독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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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 소설은 고급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나' 가 30년 전의 일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독백조로 무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나' - 이것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현재와 과거의 '나'가 과연 동일 인물인가하는 궁금증을 준다. 그러다 소설 내용 속에 슬쩍 동일 인물임을 말해준다.

일단 동일인물임을 인지하면 이내 소설 속 내용으로 몰입하게 된다. 35살의 요코는 직업 소개소 직원의 실수로 알게 된, 생년월일까지 똑같은 기미를 알게 되었고, 그녀의 소개로 죽은 여동생의 아들 즉 조카를 데리고 난바 선생의 가정부로 들어간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친구를 죽였다고 고백을 한다. 그러나 2장을 읽어 나가면서 나의 판단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2장에서 시작되는 또하나의 이야기는 기미 즉 노조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폐광마을에서 처참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와 유우는 둘만의 비밀을 안고 이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이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또 한사람. 껍데기.... 이들의 이야기는 슬프다. 하루하루 느낌도 없이, 기쁨도 없이,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가 오기만을 바라는 사람들.

3장에서는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평생을 유키오와 노조미는 서로를 죄를 공유하면서 샴쌍둥이처럼 서로의 상처를 핥고, 위로해주며 살아간다. 혼자서는 결코 버텨내지 못할 죄를 짊어진 '나', 그리고 옆에서 지켜주고 있는 유키오. 유키오는 늘 자신의 삶이 마지막에 모든 수지타산이 정확히 맞아 떨어져서 엄숙하고 냉혹하게 단죄받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 소설은 잔잔한 흐름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 잔잔한 속에 작가는 적절하게 미스터리적인 요소와 추리 소설의 묘미 반전을 통해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바꿈으로써 겪게 된 비극적인 삶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유키오는 자신의 바람대로 수지타산에 맞는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노조미를 위해, 가요코와 난바 선생의 아들로서, 다쓰야의 아버지로서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면서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았던 유키오. 그의 마지막은 행복한 죽음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쌓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어리석은 자야말로 독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어리석은 자의 독이다. 어리석은 자 그는 과연 누구일까. 오랜만에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한 방을 날려주는 소설이 바로 '어리석은 자의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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