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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독특한 전개의 심리 스릴러 작품이다. 특히나 마지막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퍼즐 조각때문에 궁금증을 끝까지 품고 읽어나갔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블랙 아이드 수잔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주인공이 과거 시점에서 심리 치료를 받는 과정과 현재 시점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 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서술하고 있다. 블랙 아이드 수잔 사건은 이 소설을 이끌어 가고있는 중심 사건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엄청난 사건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살인범의 행적과 심리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으로 고통받는 한 소녀. 어른이 되어서도 구덩이에 파묻혔던 순간의 공포와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여자가 머리속에 왜곡된 내용들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서술해 나가고 있다.
주인공은 블랙 아이드 수잔 네 명 중 한 명이다. 살해범은 이미 두 명의 수잔을 먼저 죽인 후 처음 시체를 숨긴 장소에서 유골을 다시 파낸 뒤 메리 설리번이라는 소녀 위에 주인공을 던져버렸다. 주인공은 실종 후 15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수잔의 살해범으로 감옥에 들어간 사람은 곧 사형집행을 받을 예정이다. 그가 무죄라고 6년간 주장해온 앤젤라는 주인공 테시를 찾아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일에 협조해달라고 호소한다. 그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테시는 기억을 되살리면서 무죄를 밝히려 그의 변호사와 노력을 한다. 테시에게는 모든 것을 공유한 친구 리디아가 잇었다. 하지만 리디아는 재판이 끝난 직후 테시 곁을 떠난다. 리디아도 살인범에 의해 살해되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 테시의 집에 몇 번이나 심어진 블랙 아이드 수잔. 테시는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 고 생각한다.
여타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구성. 현재과 과거의 두 시점은 범인의 정체를 전혀 모른다. 블랙 아이드 수잔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지 않는다. 작가는 오로지 테시라는 한 소녀가 18년 간이나 머릿속에서 구덩이에 함께 묻혔던 죽은 소녀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야했던 현실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나는 살인범의 정체..... 의외의 반전일 수밖에 없다. 색다른 심리스릴러 작품. 죽음의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온 테시의 삶. 18년 간 머릿속에 살아움직이고, 같이 대화하면서 살았던 몇 명의 수잔들. 호수 바닥에서 찾지 못한 실제 범인의 유골.... 오직 리디아의 진술로만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테시는 블랙 아이드 수잔 사건 전의 소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책 한 권을 다 읽은 후에도 나는 다시 책을 살펴봤다. 이 책이 주는 여운은 아무래도 오래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