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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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비웃는 숙녀' 시리즈2로 나온 작품이다. 전편 '비웃는 숙녀'는 읽을 기회를 놓치고, 먼저 '다시 비웃는 숙녀'를 읽게 되었다. 두 소설이 노노미야 쿄코라는 인물로 같은 연결선상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전편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므로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이 소설은 다섯 편의 단편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다섯 편의 작품에는 다섯 명의 인물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네 명의 인물들을 먼저 만나보야야 한다. - 여성 사회 활동 추진 협회 사무국장인 후지사와 유미, 신흥 종교 쇼도관 부관장인 이노 텐젠, 국회의원 야나이 고이치로 후원회장인 구라하시 효에, 야나이 고이치로의 비서 사키다 아야카

이 네 사람은 다섯 번 째 나오는 인물인 야나이 고이치로와 얼키고 설켜 있다. 네 편의 이야기가 결국 마지막 인물인 야나이 고이치로와 연결이 되는 것이다. 따로인 듯 하지만 결국은 하나의 주제로 귀결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그럼 이 다섯 명의 인물을 간략히 관찰해 보자.

첫 번째 인물은 여성 사회 활동 추진 협회 사무국장 유미, 말이 비영리법인이지 사실은 국회의원 야나이 고이치로의 정치자금으로 기부금, 보조금 등이 흘러들어간다. 유미는 야나이의 비서가 되겠다는 야먕을 품다가 결국 자살을 택한다.

두 번째 인물인 신흥 종교 교단 쇼도관의 부관장 이노. 그에게는 신앙심은 없다. 오직 신자를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인물이다. 역시 이 종교 단체도 야나이 고이치로와 상부상조하는 관계이다. 야나이 후원회가 이 단체에 들어가고, 대신 신도들의 표를 야나이가 얻는 것이다. 이노는 교단의 재정난을 해결하고 관장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욕망을 갖다가 죽음을 맞는다.

세 번째 인물인 야나이의 정치후원회장인 구하라시 효에, 아버지의 후광으로 국회의원이 된 야나이를 보면서 자신도 정치를 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는다. 도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일을 추진하는 중에 아내에게 죽임을 당한다.

네 번째 인물은 국회의원 야나이 고이치로의 비서 사키타 아야카. 그녀는 그의 비서의 역할 뿐 아니라 그의 잠자리 파트너이다. 그녀의 욕망은 결국 야나이 고이치로의 아내 자리까지 넘보게 된다. 그녀 역시 차에 치여 죽는다.

앞선 네 명의 인물들은 각각의 인물이면서도 결국 다섯 번째 인물인 야나이 고이치로와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 인물 야나이 고이치로는 대학 시절 울트라프리라는 강간 동아리를 뒤에서 조정하던 주모자이지만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의 뒷배경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갑작스레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인이 된 인물이다. 역시 야나이도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야나이는 죽어 마땅한 인물이다. 피해 여성이 4백 명이 넘고 이 중 정신병을 앓는 사람도 많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많다. 야나이를 죽인 사람 역시 자신의 딸이 야나이 일당에 의해 강간을 당했고 그 후, 스스로 전철로 뛰어들었으며, 그의 아내 역시 딸과 같은 길을 택했다.

그러면 나머지 4명은 남에게 직접적인 큰 피해를 준 일이 없음에도 왜 죽음이라는 결말을 맺어야했을까?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았다.

그것은 바로 정도를 넘어선 욕심과 욕망을 경계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유미의 욕망도, 이노의 욕망도, 구하라시의 욕망도, 아야카의 욕망도 결국은 부질없는 것이다.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이르고자 하는 결과만 보일 뿐이다. 그 밑에 도사리고 있는, 때로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갈 수 있는 위험 요소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이런 부질없는 욕심과 욕망을 버리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묘미는 바로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에 있다.

아직 읽지 않는 독자를 위해 그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

다만, 다섯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장본인은 쿄코는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인물이다.

가모우 사건 - 가모우 미치루는 자신의 고객을 사주해 은행돈을 횡령하게 한 후 고객을 열차에 치여 숨지게 한다. 그리고 공범인 노노미야 쿄코의 친동생을 조종해 공범의 아버지와 공범을 살해하게 하였다. 하지만 공판 과정에서 공범은 자신이 동경하던 가모우 미치루와 똑같이 성형하여서 동생 손에서 벗어나 탈출하였고, 그녀의 친동생에 의해 죽은 사람이 바로 가모우 미치루였다. -에서 살아남은 노노미야 쿄코가 바로 이 다섯 명을 죽음으로 몰고간 인물인 것이다.

희대의 악녀인 가모우 미치루의 수법을 모방한 쿄코는 결코 자신의 손으로 피를 묻히지 않는다. 두 얼굴을 한 채 여성의 지위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치활동을 하겠다고 부르짖은 야나이 역시도 구쓰미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옮긴이의 말에 나온 '악년인 듯 악녀 아닌 악녀 같은'이라는 구절이 노노미야 쿄코, 아니 가모우 미치루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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