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없어도 (리커버 에디션)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독서카페를 통해 '반전의 제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나카야마시치리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걸작이 출간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그의 작품 날개가 없어도’를 처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이미 추리소설 작가로 널리 알려진 분이기에 다른 작가의 추리소설처럼 긴장감과 스릴, 반전이 소설 속에 얼마나 묻어날까를 기대하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내용이 어둡거나 묵직한 내용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어찌보면 산뜻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주는 소설이었다. 다시 말해 추리소설이라 단정짓기보다는 사라라는 여성의 멋진 인간 승리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주고 있는 따뜻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

 

여타의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살인 사건 발생을 시작으로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와 사건의 열쇠를 쥔 변호사 미코시바가 소설에 등장한다. 미코시바 변호사는 이 소설이외에도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소설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는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책을 읽지 않고 본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이다보니 오히려 편견 없이 미코시바 변호사를 평가할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 그는 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많은 돈을 받는다면 물불 안가리고 변호하는 속물 변호사로 평가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도 다이스케의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가로채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여기에 반전이 숨어있었다. 

 

집안에만 처박혀 살았던 사가라 다이스케는 차로 옆집에 사는, 한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 사라를 차로 덮친다. 그 사고로 사라의 왼쪽 무릎 밑을 절단하게 되면서 육상선수였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200미터 달리기로 올림픽 출전이 삶의 목표였던 그녀에게 다리 절단은 죽음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더욱 절망과 슬픔, 노여움 속에서 주변을 탓하며,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데 좌절의 늪에 빠져버렸다. 나였더라면 이 상황보다 더한 반응을 했으면 했지, 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나 가슴아픈 장면이었다. 의족과 목발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라에게 더이상의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듯 했지만 TV 속에서 양다리를 잃고 의족을 끼고 트랙을 질주하는 블레이드 러너의 모습을 보고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그녀는 과연 다시 200미터 달리기에 도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살면서 사라처럼 처절한 절망의 순간을 맞이 했던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달리기 선수였던 그녀에게 다리를 잃는다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과 같은 일..... 소설 속에서는 200미터 달리기 주법를 비롯하여 육상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스포츠 용어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금세 사라에 몰입되면서 그녀가 빨리 200미터 주법을 익혀서 예전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가주길 바라면서 소설을 읽어나갔다. 거액의 스포츠 의족을 두 번이 제작한 사라. 과연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형사 이누카이는 결국 그 돈의 출처를 알아낸다. 거기에는 사라를 절망으로 빠뜨렸던, 그리고 살해된 다이스케 죽음의 비밀이 있었다. 놀라운 반전. 그러나 너무도 가슴 뭉클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사라의 삶과 대조되는 다이스케의 죽음.... 너무도 슬프고 가슴이 저린 장면이다.

이 소설은 기존의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사건 해결의 긴장감은 별로 없지만, 그것을 채워주기 충분한 내용들이 소설 곳곳에 나타난다.

몰래 짝사랑한 친구에게 죄책감을 씻는 방법으로 택한 죽음의 방법. 사라가 역경을 딛고 장애인 육상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어갈 것이라는 믿음 뒤에는 아버지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했던, 그러나 그 뒤에는 누구보다 따뜻한 인간의 본성을 지닌 다이스케의 슬픔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주인공 사라보다 조연 다이스케에게 마음이 더 갔다. 사라의 사고 이야기를 보면서 가슴 아파했다. 하지만 다이스케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보다 더 가슴이 아팠다. 사라도 친구 다이스케 죽음의 진실과 그의 마음을 알고있기에 최고의 기록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날개가 없어도 사라 그녀는 앞으로 땅을 박차고 자신이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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